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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 “힘 드니?”
학생 “힘 안 들어요”

“이마에 땀 나는데도?”
“이건 보람찬 땀방울예요”

방안에 틀어박혀 컴퓨터와 씨름 하는 건 시골학교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사이버 상에서 메신저로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스크린 위로 카트가 날아다니는 게임도 있으니 밖에서 뛰어노는 건 옛말이 됐다.

학교라고 이런 고민을 안했을까. 전라북도 완주군 한 시골 마을에 위치한 학교도 고민했다. 정말이지 땀 흘리며 움직이지 않고 방에 들어가 컴퓨터 게임만 하는 아이들이 걱정됐다. 전교생이라고는 고작 25명.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대책이 필요했다. 그때 교직원 회의에서 나온 노작교육은 컴퓨터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꼽혔다.

그 후, 시골 중에도 아주 시골인 가천초등학교(교장 이남선, 사진)는 요즘 땅을 일구는 아이들로 학교 빈터가 북적인다. 학교는 올해 초, 한 구석에 남아도는 빈터에 작은 밭을 만들었다. 학교 기사와 교사들이 밭을 일구어 모양을 만들고 거름을 사다 뿌렸다. 그렇게 만들어 놓았더니 씨를 뿌릴를 수 있는 밭이 됐다. 학교 옆 빈터에 밭이 생기자 아이들이 하나 둘 모였다. 부모님 대부분이 농사를 짓는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집에서 고추모종을 가지고 와 고추를 심었다. 구덩이를 파고 씨앗을 뿌리니 아이들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들다고 불평 할 법도 한 데 불만을 늘어놓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몸을 움직이고 일을 하니 얼굴 위로 흐르는 땀이 싫지 않은 모양이다.

효과는 일단 긍정적이다. 컴퓨터 보급으로 게임을 즐기는 아이들이 많아져서 게임 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상황에서 요즘 그러한 성향이 많이 줄었다. 통계로 정확히 잡히지 않았지만 아이들 얼굴이 전보다 더 맑아졌다.

가천초등학교 정기상 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책상에만 앉아서 게임 하는 게 일상이 돼버린 지 오래”라며 “컴퓨터로 야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바로 노작교육”이라고 말했다.

일하는 즐거움은 움직여본 자만이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노작 교육은 열심히 일하는 기쁨을 가르쳐 줄 수 있다. 살아있는 교육의 연장선인 것이다.

육체적인 노동의 아름다움을 온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노작교육으로 가천초는 요즘 분주하다. 노동의 의미뿐 아니라 생명의 소중함을 온 몸으로 배우면서 아이들의 움직임이 더 활발해진 것.

가천초는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해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일하면서 직접 생명의 숭고함을 깨닫는다는 점에서 교육의 가치와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 게다가 최근 아이들이 노작으로 협동을 배우고 건전한 노동을 통해 생산물을 얻을 수 있다는 보람을 온 몸으로 깨닫는 과정에 있어 그 또한 기쁨이다.

깨닫는 기쁨과 함께 가천초는 기다리는 즐거움에도 빠져있다. 교사와 아이들은 오는 10월 수확을 앞두고 설렘을 감추지 못한 상태다. 그동안 심은 고추와 가지, 토마토가 제법 익기 시작해 여름만 잘 보낸다면 농익은 작물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노작교육을 진행하면서 아이들이 배울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걸 교사들도 옆에서 본 탓에 그들도 두근거리기는 마찬가지.

정 교사는 “밭을 일구는 아이들의 환하게 웃는 모습에서 밝은 내일이 보인다”며 노작교육의 풍년을 기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