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를 둘러싼 정부와 교육청 사이의 갈등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교육부가 국정 역사교과서를 선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기로 한 반면 전국 시도교육청이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 국정교과서 전면시행 1년연기 방침을 밝히면서 대신 내년 3월부터 국정 역사교과서를 선택하는 학교를 연구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또 연구학교로 지정된 학교에는 역사교과서를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연구학교에는 예산 지원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교육부의 이같은 방침은 사실상 추진력을 상실한 국정교과서를 살리기 위해 ‘당근’을 주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반해 서울, 경기, 인천 등 13개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방침을 수용하지 않기로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지난달 28일 열린 역사교사 토론회에서 "연구학교 지정은 교육감의 권한"이라면서 연구학교 지정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재정 경기도교육감도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국정 역사교과서 계획 자체가 불법적이며 교육적 가치도 없어 폐기되어야 한다"며 "교육부의 국정 역사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이밖에 인천, 강원, 경남, 광주, 충북, 충남, 전북, 전남, 제주 등 13개 시도교육청이 교육부의 연구학교 지정 의뢰 방침을 거부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이들 교육청의 관할지역에서 국정 역사교과서를 이미 주문한 학교들은 주문을 취소했거나 취소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시도교육청은 국정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 의뢰를 거부하는 근거로 교육부의 '연구학교에 관한 규칙' 중 '특별한 사유'를 들고 있다. 규칙 4조에는 '교육부 장관은 교육정책 추진·교과용 도서 검증 등의 목적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육감에게 연구학교 지정을 요청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다만 '교육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요청에 응해야 한다'고 예외 근거를 두고 있다.
반면 대구, 경북, 울산, 대전 등 4개 시도교육청은 연구학교 지정을 수용할 방침이거나 아직 검토를 진행중이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다음달 19일과 20일 총회를 열어 연구학교 지정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연구학교 지정 계획을 강행할 방침이다. '연구학교'의 지정 규모를 비롯한 구체적인 시행방안은 2월초쯤 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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