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경 기자] 고등학교에서 학생부 종합전형의 비중이 갈수록 커짐에 따라 일부 교육현장에서는 학생과 학교 사이에 생활기록부 기록과 관련 행정소송이 줄을 잇는 등 학교가 법정 공방의 장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회 입법처에서는 학폭 가해학생에 대한 사항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현행 교육부 훈령을 일부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지난 4월 말 학교 폭력 가해 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록해 일정 기간 보존하도록 한 교육부의 지침은 적법하다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다. 당시, 학교 현장이 송사로 더욱 얼룩질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고 실제 일부 현장에서는 송사가 재현되고 있다.
2012년 본 지침 시행 당시에도, 일각에서는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서울 강남구 A교장은 “일반계고에서는 사실상 수시로 대학에 가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상당 수 학생들이 학생부 기록을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이에 일부 학생의 경우 “학생부에서 학교폭력 사항을 비롯해 불리한 부분에 대한 삭제를 요구하고자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는 학생이 늘어나 학교가 쟁송(爭訟)의 공간이 되고 있다”며 “일선 교사들이 학생 지도가 힘들어져 담임교사도 맡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서울시교육청에 접수된 학폭위 처분 관련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2012년 38건에서 2015년 63건으로 3년 사이 2배가 늘었다. 최근 초·중·고교에서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하고 그 결과에 따라 ‘서면 사과’부터 ‘학내봉사’, ‘사회봉사’,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 여부경중여하에 따라 조치를 내리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학폭위에 변호사 개입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학교 폭력 전담 전수민 변호사에 다르면 “일부 학교에서는 변호사의 학폭위 참석이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전화가 한 달에 평균2건 정도 들어온다”면서 “실제로는 더 많은 학교들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소재 사립고교 B교사에 따르면 “예전에는 가해 학생이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가벼운 사안도 지금은 학생부에 기재될까 우려해 끝까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학폭위에 변호사를 대동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라며 지침의 비교육성을 비판했다. 서울 구로구 한 사립고교의 학생부 부장 역시 “발을 밟거나 멱살을 잡는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사안도 지금의 지침대로라면 학폭위에 회부돼 무조건 학생부에 기록된다”며 “이로 인한 학생 갈등도 더 심각해지는 만큼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피해 학생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교육 관련 전문가도 우려를 표했다. 한국교총 김동석 대변인에 따르면 “교내에서 해결해야 하는 교육적 문제를 변호사를 동원해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라고 평가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학폭심사위원들의 전문성을 높여 학생들을 비롯한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좋은교사운동 김진우 공동대표 역시 “경미한 학교 폭력 사안조차 모두 기록하도록 한 것은 교육의 일리에 맞지 않는다”며 “현장 교사들의 의견을 파악해 법적으로 훈령을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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