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부터 누리과정(만 3~5세)무상교육을 둘러싼 논란으로 온 나라가 벌집 쑤셔놓은 듯 하더니 고교 무상교육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4.13총선 공약으로 등장했다.
여·야는 19대 총선에서도 공약을 내놓았지만 재원 마련 문제로 실행에 옮기지 못한 정책을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 없이 총선 공약으로 발표해 표를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취임하면서 내년 고교 무상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새누리당이 배포한 정책공약집에서 고교 무상교육을 단계적으로 전국에 확대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고교 진학률이 99.7%로 보편화돼 있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대부분도 고교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더민주당은 ▲만 0~5세 보육 및 유아교육 국가완전책임제 실시 ▲국·공립 어린이집 비중 30% 확대 ▲고교무상교육 등도 공약했다.
전문가들은 2조 5000억 원이 드는 초·중학교 무상급식과 4조 원이 소요되는 누리과정에 이어 3조 원 규모의 고교 무상교육까지 하겠다는 것은 선심성 공약으로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더민주당은 고등학교 학습준비물 및 체험학습비를 전액 국가가 부담하겠다며 4월 총선에서 다수당이 되면 예산 편성하고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정책인데도 재원 마련은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도 고교 무상교육을 공약했지만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교육부는 고교 무상교육을 위한 예산으로 지난해 2420억 원, 올해 2416억 원을 편성해 기획재정부에 제출했지만 세수 부족을 이유로 전액 삭감됐다.
국회 사무처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누리과정(만3~5세 무상교육) 예산도 제대로 편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교 무상교육 예산을 국고에서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1960~1970년대 지어진 학교건물들이 노후화 해 교체비용이 몇 조원이 들지 제대로 추산도 못하면서 또 다른 무상교육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꼴이다.
올해 교육예산 비중은 정부지출의 13.8%로 지난해 인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에서 제시한 목표(각 국가 정부지출의 15~20%를 교육에 투자해야)에 크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교육강국’을 자처하는 한국이 인천선언의 최소 목표인 15%에 맞추려면 올해에만 4조 800억 원 더 투자해야 한다.
중학교 무상교육은 도서 산간 벽지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전국에 적용하는데 20년이 걸렸다는 교육전문가의 말을 다시 한 번 새겨 보아야 할 것이다.
여·야는 재원을 조달할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표심에 눈이 멀어 무상교육을 실시하겠다는 정책은 포퓰리즘 논란만 일으켜 국민들로부터 부메랑이 되어 돌아 올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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