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 금지,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 주제의 토론회가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네트워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주최,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도종환·정진후 의원 후원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지난 23일 개최됐다.
한상권 덕성여자대학교 교수는 기조발제에서 “전문성, 투명성, 개방성은 교육부가 밝힌 국정교과서 편찬의 3대 기준이었다”며 “그러나 교육부는 확정된 편찬준거를 아예 공개하지 않은 채 ‘복면집필’을 진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민변은 국정교과서 심의과정의 투명성, 공공성, 정당성이 확보돼야 한다며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과 편찬심의위원 명단 정보공개 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오동석 아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제에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학생과 교사의 정치적 무능력 위에서는 실현할 수 없다”며 “학생과 교사가 민주시민으로서의 자격과 권리를 회복하여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토론하고 학습하며 실천할 수 있을 때 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한종 한국교원대학교 교수는 발제에서 “역사교과서 국정제를 막기 위해서는 교육이 국가에 의해 통일적으로 시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회적 인식을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 시수, 내용이 국가교육과정에 의해 결정되고 예비고사, 학력고사,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같은 국가수준의 시험이 대학진학을 결정함으로써 국가가 학교교육에 절대적 영향력을 미쳐왔기 때문에 학교교육이 국가정책에 따라 좌우됐으며 이를 당연시하는 게 사회적 풍토였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 교수는 유엔의 역사교과서 권고안을 들어 역사교육에 국가가 개입하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유엔의 권고안은 정부는 필수적이고 투명한 기준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교과서를 거부할 권한이 있지만, 단일한 역사교과서만을 유지하는 것은 필수불가결하게 하나의 내러티브가 다른 시각을 독점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역사교육의 사회적 독립성 확보를 위해 ▲교과서 발행제도의 자율화 ▲정부가 아닌 전문성을 가진 독립기구의 검정 업무 이행 ▲교과서 개발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행정적 지원 강화 ▲교과서 성격 다양화를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어 “역사와 같이 정치권력을 비롯한 외부 압력을 받을 수 있는 과목의 교과서 검정업무 일수록 전문성을 가진 독립기구가 필요하다”며 “역사학자와 역사교육자, 교사를 중심으로 하면서 교육에 전문성을 가진 일반 시민을 포함한 ‘역사교과서검정위원회(가칭)’을 구성해 평가 의견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모 한남대학교 교수는 발제에서 “역사교과서발행을 포함한 안정적 역사교육을 제도적으로 확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체적으로 이를 조정할 수 있는 주체, 교과서 문제를 전담하는 독립적인 기구가 필요하다”며 “역사학계와 역사교육학계, 현장 역사교육 분야의 권위있는 전문가들을 망라하여 엄격하게, 독일의 ‘학교법’과 같은 법적 장치를 통해 정치적 중립성과 임기가 보장되는 ‘역사교과서연구기관’이 설립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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