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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C 안에 학생 문화 담겨있어…소통 기회로 삼아야

‘UCC 수행평가’
#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한 전문계 고등학교. 4층에 위치한 인문사회연구실로 1학년 학생이 수행평가를 제출하기 위해 교사를 찾아왔다. UBS 파일을 받은 교사는 웹사이트에 파일을 링크시켰다. 그날 자정까지 이 학교 1학년 학생들은 국사 수행평가로 5.18 민주항쟁과 관련된 영상을 직접 제작해 웹사이트에 올렸다.

##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또 다른 전문계 고등학교의 영어 과제를 위해 학생들이 그림판과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이용해 영어단어와 연상되는 이미지를 만들어 웹사이트에 링크시켰다. 영상이 하나 둘씩 올라올 때마다 교사는 댓글을 달았다. “영어라면 도망가던 네가 기한내 과제를 올리다니... 굳굳굳 굳이에요!”

전문계고를 중심으로 일련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일반화하기엔 이르지만 몇몇 전문계고에서 수업 개선사례가 포착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학업성취가 낮은 학생들이 모였다는 전문계고는 학업성취도 결석률도 진학률도 낮기 마련이지만 요즘엔 확실히 변했다. 수업시간 내내 엎드려 잠만 자던 학생이 기한 내 수행평가 과제를 제출하고, 영어라면 도망가던 학생 입에서 어색한 영어가 물꼬를 틀었다.

이러한 변화 중심에는 ‘UCC'가 있다. 발 빠른 교사들이 수행평가 도구로 UCC를 채택, 도전하기 두려워하고, 움직이기 꺼리는 학생들을 어르고 달래서 영상 제작법을 전수했다. 시행착오로 1년을 거치자 다음 해부터는 학생들 눈빛이 달라졌다. 자신의 작품이 수업시간 자료로 사용되거나 웹사이트에서 조회수가 높아지자 의기양양해졌다. 수업 분위기도 한결 부드러워졌다. 벽에 대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고 중얼거렸던 교사들은 UCC 수행평가에 이어 플래쉬 수업에 도전하기 위해 새로운 교수법에 몰두했다.

휘경공업고등학교(교장 윤경식) 조현서 교사는 1학년 학생들에게 국사 수행평가로 5.18 민주항쟁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을 영상으로 담아오라는 과제를 냈다. 지난해 선배들이 제출한 과제를 보여주며 제작법과 노하우를 전달했다. 수행평가 과제를 전달받은 학생들은 “뜨악”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UCC는 학생들에게 제대로 통했다. 활자보다는 이미지가 더 익숙한 학생들은 사진과 이미지를 적절히 조합해 1~2분짜리 영상을 만들었다.

그 중에는 국사 수업시간이면 잠자던 학생은 잠을 포기하고 8시간을 매달려 영상을 만들어 과제를 제출했다. 학생들의 예상 밖의 의욕은 조 교사로 하여금 교직생활의 전환을 가져다주었다.

조 교사는 “처음 부임해서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학생들을 보면서 분노를 느끼기까지 했다”고 멋쩍게 웃으며 “아이들의 의욕을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가 UCC 수행평가를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UCC는 학생들의 변화만 끌어낸 게 아니다. 학생을 바라보는 교사의 시각과 태도에도 변화를 가져다줬다. 학생들을 이해할 수 없는 눈을 가졌던 교사가 UCC에 담긴 학생들의 특성과 문화를 보면서 변하기 시작한 것.

학생이 변하고 교사도 변하는 UCC 수행평가는 다른 학교에서도 빛을 발했다. 화곡여자정보상업고등학교 고경화 교사는 영어로 자기소개 하는데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그림판과 일러스트 프로그램을 이용, 이미지로 표현하는 영어 과제를 내주었다.

예상밖의 기발한 결과물이 쏟아진 첫 과제에 이어 고 교사는 UCC 영어수업에 본격 가도를 달렸다. 학생들의 영상을 모아 현재 Sally의 영어 웹교실을 운영하며 소통의 장도 꾸렸다.

고 교사는 “학생들이 만든 UCC에서 해당 학생의 생활과 문화를 엿본다”며 “서로 이해하게 되면 소통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