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재훈 기자] 9시 등교에 확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이번에는 9시 등교 실시 학교에 100만원씩 예산지원을 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시 교육청은 9일 시내 초등학교에 공문을 보내 9시 등교 시행에 필요한 예산 지원 방침을 통보했다.
시 교육청 관계자는 “9시 등교에 따른 녹색 어머니회 지원 및 독서교육 등 아침 교육 활동을 위한 교육경비 지원 차원에서 예산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지원규모는 학교당 80~100만원 수준, 전체 예산은 약 3억 원 가량이다.
이는 당초 9시 등교를 실시하는 중고등학교에 지원할 예산이었으나 중등의 실적이 부진하자 '만만한'(?) 초등으로 급선회 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4일, 9시 등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참여 학교 수를 늘리는데 모든 행정력을 쏟아붓고 있는 교육청이 이번엔 재정 지원 카드로 학교들을 회유하고 나선 것이다.
예산 지원 방침이 알려지자 일선 학교에서는 ‘100만 원짜리 사탕발림’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9시 등교를 앞두고 서울시내 곳곳에서 촌극이 벌어진 건 지난 1월부터. 9시 등교를 실시하겠다고 나선 초등학교의 상당수는 9시에 수업을 시작하는 이른바 ‘9시 등교= 9시 수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청에서는 9시 등교를 다그치고 방과후 수업 등 학교 일정을 감안하면 수업 시간을 미룰 수 없게 되자 학교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등교와 수업을 동시에 시작하는 고육책을 내놓은 것이다.
일선 학교장들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교육청에서 9시 수업을 9시 등교로 인정해주겠다며 밀어붙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일부 지역교육청에서는 간사 학교장들에게 ‘9시 수업도 9시 등교로 인정할 테니 실태 조사 때 3월부터 9시 등교 한다고 응답하라’는 지침까지 내려 보냈다.
문제는 9시 등교를 한다며 9시에 수업하는 것이 9시 등교 도입 취지에 맞느냐 하는 점이다.
9시 등교를 먼저 시작한 경기도의 경우도 사정이 비슷하다.
부천시내 한 초등학교 교감은 “9시에 헐레벌떡 뛰어 들어 오는 학생들이 많아 1교시 수업 분위기를 잡는데 선생님들이 애를 먹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침 명상이나 달리기 등 수업 전에 이뤄지던 교육활동이 모두 사라져 버렸다”며 “9시 등교가 교육적으로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교육전문가들은 “학생들의 건강권과 아침밥을 보장한다는 취지라면 9시 등교는 중고교에 더 필요한 제도”라며 “교육감의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초등학교에서 ‘등교=수업’이라는 꼼수로 실적을 올리려는 행태는 개발독재 식 전시행정의 전형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내 한 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진보의 가치를 내건 조희연 교육감조차 꼼수와 돈으로 치적을 세우려는 구태를 답습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해 12월 9시 등교를 제안하면서 “학교구성원들의 의사에 따라 자율적으로 시행여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9시 등교는) 학생들이 자기 문제에 결정권을 갖는 교육적으로도 중요한 훈련이라고 생각 한다”고 강조 했었다.
그의 말처럼 9시 등교가 민주성과 자율성을 담보한 진보의 가치를 구현하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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