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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그려서 원리를 터득하도록 하라!

강인구(구미 인동중학교 교장)

고학년이 될 수록 학생들이 난관에 부딪치는 것 중 하나가 만물의 생성원리이다. 초등학교에서 간단하게 생성원리를 공부하지만 이것은 예비적인 단계이기 때문에 원자나 분자의 개념은 잘 알지 못하며 분자나 원자들이 어우러져 이 세상을 이루고 있는 것은 더욱이 알지 못한다. 처음부터 무생물에서의 원자와 생물에서의 세포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해주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것을 가르쳐도 원리에는 미치지 못한다.

또한 지구를 구성하는 물질 중에서 암석은 더욱 더 그렇다. 학생들에게 “암석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습니까?”라고 질문하면 원소나 원자라고 대답을 한다. 그러나 “암석들은 각기 왜 다른가?”라고 질문하면 학생들의 말문은 그만 막혀 버린다. 그 중에서 암석들을 구별하도록 되어 있지만 이 내용은 결코 완전히 학생들의 사고의 특성이나 발달 상태에 적합하다고는 말하기는 어렵다.

학교에서는 각각의 교사의 지도방법이나 가르치는 학생의 학력이나 학습상태에 따라서 실제의 지도내용이나 방법을 달리해야 하기 때문에 교과서를 재검토,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에 있는 돌들을 주워 놓고 “어떤 광물이 가장 많이 섞여 있느냐?”하는 정도의 수업이 적당한 것이 아닌가 한다. 아무리 성적이 좋아도 중학생이 미적분을 줄줄 할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로 역시 어떤 사고능력을 기르기 위해서는 그 나름의 수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수업을 지도하다가 보면 다른 과목에는 강하나 유독 과학에만 약한 학생들이 종종 보인다. 그러나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며 어느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예를 들면 수소 두 원자와 산소 한 원자가 합쳐져서 물이 된다. 이것을 H₂+O ->H₂O라는 분자식으로 쓸 수 있도록 기본적으로 배우게 된다.

그래서 이식을 이용하여 “수소를 삼각형으로, 산소를 원으로 나타내어 그려보자”라고 노트에 그리게 하여 보았다. 시간이 지난 후 노트를 조사해본 결과 그림과 같은 잘못을 발견할 수 있었다. 분자와 원자란 개념의 초보적인 실수였다. 처음은 깜빡 잊고 실수하였겠지 하고 생각하였지만 병주는 이것이 바르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설명하도록 시켜보았다. “원자는 물질의 가장 기본적인 것이기 때문에 삼각형 2개와 산소 1개가 합쳐져서 물이 됩니다.”라고 설명을 하였다. 매우 잘 설명하였으나 이 그림에서 “틀린 점을 찾아보자.”라고 했다. 아무도 찾지 못했다. 그래서 2번째 그림과 같이 자연 상태에서는 O 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O₂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 후 “다시 그려 보라”고 했다. 여기서 지도상의 큰 모순점을 발견할 수가 있었다. 학생들이 분자의 상태를 아직도 잘 모르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2H₂+O₂ ->2H₂O라는 분자의 기본적인 구조와 배열상태를 까닭도 모르는 채 배운 대로 한결같은 답만을 내기 때문에 이런 기본적인 실수가 발견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도의 맹점이라고 말할 수 있다. 과학 교과서에는 자연의 개념을 가르치기 위해서 여러 가지 모델이나 그림을 그려 여러 각도에서 생각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표시된 그림만으로 생각하도록 하면 각각의 학생이 머리 속에서 어떤 잘못을 하고 있는가 알 수 없다. 이를 위해서 학생 자신이 그림을 그려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학은 가르침을 받은 것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공부가 아니다. 자신의 머리에서 구조화한 “개념”을 그림이나 법칙으로 나타내는 공부이다. “어떻게 잘 표현해 내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것이 개념화를 돕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조금만 복잡한 문제가 되어도 직관적으로 수량관계를 머리에 그리기 힘이 든다. 여기에서 공부의 좌절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처음 조금 성가시더라도 쉬운 문제 내용을 그대로 그림으로 그려보는 것부터 시작해가야 한다. 이 경우 교사가 그려보는 것보다 아이 자신이 그려보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림으로 하는 것 자체가 문제 중에 있는 수량 관계를 확실히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까지 습득한 직관적인 사고방법을 이와 같은 추상화한 도해로 쌓아 가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