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학생들의 끼를 살리는 창의교육 등을 구현, 창의인재 양성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의 학교 환경이 창의인재를 양성하기에 적절하지 못하다고 현장 교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창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선 현재 교육과정의 내용, 방법, 평가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현장 교원들은 교사가 교육과정을 이끌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 한국교육개발원(KEDI, 원장 백순근)은 ‘초·중등교육 내용, 방법, 평가체계 개선방안 탐색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했다.
박미순 성남상탑초등학교 교장은 너무도 친절한 교육과정 제공에 학교교육과정이 무기력해진다며 “교육과정에 대한 교사의 피동적 자세는 교실 수업 발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과서와 함께 제공되는 지도서에 담긴 단위 시간별 지도안이 교사들로 하여금 교육과정을 만들어 가는 일에 소극적인 자세가 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는 것.
박 교장은 교육의 질 제고 방안으로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주장하면서 “‘국어, 수학’ 같은 교과중심이 아니라 ‘왜?’라는 생각이 중심이 되어 ‘어휘력 신장을 위해, 사고력 신장을 위해’ 같은 목표가 있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학생들이 학교를 싫어하고 삶에 대한 행복 지수가 낮은 이유는 어디에도 그들 자신의 것이 없기 때문”이라며 배움중심 수업으로 교육 본질에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평가 역시 국어 90점, 수학 70점이 아니라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토대로 ‘내가 새 학년에 맡은 학생이 친화력이 있는지? 어느 정도의 신체적 순발력을 지니고 있는지? 의사소통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에 대한 진단을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병오 서울 문래중학교 교사(좋은교사운동 정책위원) 역시 평가체제 개선을 주장했다. “수업 내용과 방법을 변화시키려면 지금처럼 학년별 평가가 아니라 교사별 평가체제를 실시해야 한다”는 것.
국가가 정한 교육과정 안에서 교사 스스로 기획해 수업하고 수업한 내용을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이 교사에게 주어졌을 때, 교사들이 책무성을 갖고 제대로 평가할 수 있다는 것이 정 교사의 설명이다.
박명옥 수원 영통중학교 수석교사는 “교원자격증 취득을 위한 4주간의 교생실습과 약간의 수업 연습이 교사들이 수업에 대하여 배우는 전부”라며 현장교원·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수업방법 연수를 늘리고 교과협의회·교사동아리 등 학습조직이 자발적으로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수석교사는 “수업은 ‘교육과정 재구성-교실수업-평가’의 삼위일체 개념이지만 이를 인식하고 있는 교사는 극소수”라며 “정작 교과 내용이 아닌 수업 방법 연수는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수업 능력이 어떻게 향상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강호 서울 구현고등학교 교장은 “새로운 정부나 교육감 따라 변하는 교육정책은 아닌 것 같다. 역점사업은 바뀔지라도 교육지표는 백 년 앞을 보는 것이어야 한다”며 많은 교육제도가 일반화되어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이유는 교육정책을 백년지대계로 보지 않고 성급하게 전시효과를 노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박경미 홍익대학교 수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대부분의 교과서가 검정에서 인정도서로 전환되면서 다양한 특성과 난이도를 지닌 교과서고 공존할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대부분의 교과서가 대동소이하다”며 교과서가 학습자의 수준을 반영하여 차별화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도 교수학습면에서 교사들의 자율과 재량이 권장되고 있지만 교과서에 충실한 평가로 실제로 현장 교사들은 교과서를 바이블로 모시고 가르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한 이경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전문위원은 “국가는 단지 수업 후 학생들이 도달해야 할 학업성취에 대한 최저기준만을 제시하고 교육내용과 교수방법의 선정은 교사들에게 최대한 자율권과 재량권을 주는 방향으로 교육체제와 교육방법이 개선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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