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학교 교실의 ‘입시용 수학교육 풍토’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입시 변별력을 위해 교육과정을 넘어서는 심화된 내용을 수업시간에 다뤄 교육과정과의 괴리가 발생한다는 것.
가령, 현재 중학교 수학과정에는 형식 기하가 도입되나 초등학교 과정에서는 직관 기하만을 주로 다루므로 수준차이가 크다. 이에 따라 교육과정 외 심화된 보충학습이 요구된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박지현 연구원은 “이 같은 부분을 교육과정 개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이어져 왔으나 실제 교수·학습에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수학성취도가 최상위 수준에 있고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으나, 논리력, 사고력보다 변별력에 집중하는 입시용 풍토가 조성되어 있어, 학습동기가 미약하고, 흥미와 자신감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어 “TIMSS(국제 수학·과학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95년부터 2011년까지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성취도는 전체적으로 상향평준화 되었으나, 집단별 성취 특성 차이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성별, 성취수준에 따른 차이, 지역별 차이, 문화적 차이 등이 성취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 모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우리나라 학교급별 과학성취도를 비교한 결과 초등 4학년에서 생물 영역의 성취도가 다른 영역에 비해 크게 낮게 나타나, 학생의 인지적 수준 고려한 교육과정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둔촌중학교 김지영 교사는 “TIMSS 과학성취도가 우수한 싱가포르와 같은 국가에서는 생물을 저학년에서 많이 다루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며 “학년별로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의 내용을 균등하게 배분하기보다 학생들의 인지적 수준 고려하고 자연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은 저학년에서 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박종윤 이화여대 교수는 “인지적 수준과 관련한 근거 제시는 쉽지 않으므로, 전문가들이 모여 경험에 기초한 합의를 통해 이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2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원장 성태제)에서 열린 ‘TIMSS 2011 결과에 나타난 우리나라 학생들의 학력 특성’ 세미나에서 논의됐다.
국제적 수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수학·과학 성취도를 파악할 수 있는 TIMSS는 4년 주기로 발표되며, TIMSS 2011 결과 우리나라 초등 4학년은 수학성취도 2위, 과학성취도 1위, 중 2학년은 수학 1위, 과학 3위로 최상위권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경윤 건국대학교 교수는 “TIMSS 결과를 보면 수학성취도 향상을 위해 우리나라는 더 이상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나, 국제평가 1위 소식에 수학교사와 학생들은 실제로 그리 큰 자부심을 느끼지 못한다”며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자신감과 흥미가 최하위 수준에 머물고 있고, 교사의 교직에 대한 만족도 및 자신의 수업에 대한 준비도 평가가 낮게 나온 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황광일 도곡초등학교 교사는 지구과학 영역의 표준편차가 다른 과목에 비해 크게 나타난 것과 관련, “학습환경에서 기인하는 성취도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과학관련 독서교육이나 시청각자료 등 다양한 교수학습 자료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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