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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희 (영어 교육 전문가 / 본지 편집위원)

영어유치원을 다니면서 알파벳을 배웠는데 못 읽는 한 아이가 “알파벳 쓸 때 조용히 쓰라고 했어요. 옆 방에 시끄러우면 안 된대요.”라고 했었는데, 그렇게 가르치니까 알파벳을 배워도 못 읽게 되는 거다. 알파벳은 조용히가 아니라 우렁차게 소리를 내며 배워야 한다. 선생님은 지휘자가 되어 아이들에게 음가를 즐겁게 소리 내도록 지휘해야 한다. “애애애애 A(에이)! 애애애애 a(에이)! One more time!” 대문자는 엄마니까 크게, 소문자는 아이니까 작게, 소리를 내면서 쓴다. 글자들을 의인화하여 크기의 강약, 목소리 톤을 바꾸고 소리 내면서 쓰면 아이들은 즐거워한다. 그동안 아이는 글자의 모양, 쓰는 순서, 그 이름, 그리고 그 글자가 내는 소리를 체득하게 된다. 엄마 B는 불룩불룩, 아기 b는 배만 볼록. 이렇게 재미있는 의인화를 하고 얼굴도 그려 넣는다. “브브브브 B! 브브브브 b!” 쭉 소리 내며 따라 쓴 다음 모양을 보면서 혼자 써보도록 한다. Cc는 ‘크’로만 가르치는 곳이 있는데 반드시 처음부터 ‘크스’ 소리 두 가지를 같이 배워야 한다. 그래야 hard c인 cat도 읽고 soft c인 city도 자연스럽게 읽게 된다. Dd를 가르칠 때는 종이모퉁이 끝을 입 가까이 대고 소리를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말의 디귿은 공기를 뱉으며 나오는 소리로 바람에 종이 끝이 펄럭이지만, 영어의 Dd는 바람이 안 나오는 기름진 소리다. 그래서 Dd 소리를 낼 때 종이는 펄럭이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손바닥을 입 앞에 대고 우리말의 ‘두더지’와 영어로 dudoji를 발음해 보게 한다. 손바닥에 바람이 닿게 안 닿게 하면서 디귿과 영어의 Dd의 차이를 체감하게 한다. 절대 Dd를 디귿이라고 가르쳐서는 안 된다.

여기까지 진도가 나가면 알파벳 네 글자를 알게 되는 것으로 모음인 Aa가 있기에 기본적으로 dad bad 같은 단어는 파닉스 규칙으로 읽게 된다. 이제까지의 파닉스 교육에서 단모음 훈련은 dad 같은 CVC (Consonant Vowel Consonant) 즉, 자음+모음+자음으로 된 세 글자 단어의 반복 연습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래서 단모음을 배웠다는 아이들은 단편적으로 쉬운 단어들은 읽지만, 문장은 읽지 못했다. 그것은 파닉스를 배운다기보다 파닉스 규칙만 배운 거라고 할 수 있다. 진정으로 글을 읽는 파닉스를 하려면 단모음 과정을 CVC로 도배해서는 안 된다. 아이들은 파닉스 규칙만으로 글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