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이어진 등록금 동결로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는 사립대학들이 교육부의 등록금 규제 정책을 상대로 헌법소원 제기에 나설 전망이다. 정부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등 국립대 중심의 재정 지원 정책을 본격화하면서, 사립대학들 사이에서는 자율적인 재정 운용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15일 교육계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151곳이 참여하는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사총협)는 대학 등록금 인상 한도를 제한한 현행 제도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사총협은 이르면 이달 중 헌법소원 청구를 목표로 로펌과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으며, 해당 논의는 지난 11월 전체총회를 계기로 본격화된 뒤 회장단 회의를 거치며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립대들이 헌법소원이라는 강수를 꺼내 든 배경에는 장기간 누적된 재정 압박이 자리 잡고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자료에 따르면 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사립대의 실질 등록금은 2011년 885만2000원에서 2023년 685만9000원으로 약 22.5% 줄었다. 등록금 수입 감소가 이어지면서 교육·연구 환경 개선을 위한 투자 여력이 크게 위축됐다는 것이 사립대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교육부 역시 사립대 재정 악화를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업무보고에서 사립대의 재정 여건과 교육 투자 확대 필요성을 고려해 등록금 규제 방식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밝히며, 등록금 동결 유도 수단으로 활용돼 온 국가장학금 Ⅱ유형을 2027년부터 폐지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그러나 사립대들은 이러한 조치만으로는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상 등록금 인상 폭이 직전 3개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2배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어 실질적인 자율성 확보에는 한계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황인성 사총협 사무처장은 “우리나라의 고등교육 투자 수준은 OECD 평균의 66%에 불과하다”며 “교육의 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대학이 자율적으로 등록금을 조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내년부터 본격 추진되는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방대학 육성 방안’, 이른바 ‘서울대 10개 만들기’ 정책이 국공립대에 대한 재정 지원 확대를 예고하면서 사립대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황 처장은 “국립대는 경상비부터 시설 투자까지 정부 지원을 받지만, 사립대는 제한적인 사업비 지원에 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와 동일한 수준의 강력한 등록금 규제를 적용받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사립대들은 이번 헌법소원을 통해 등록금 규제가 대학의 자율성과 재정 건전성을 침해하는지에 대해 헌법적 판단을 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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