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생들은 성인 같기도 하고, 또 아이 같기도 해요.” 고등학생을 바라볼 때 종종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진지하게 진로를 고민하다가도, 친구 문제로 울고 웃는 모습은 이 시기의 과도기적 특성을 보여준다.고등학생은 성인으로 향하는 길에서 마지막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시기다.
학생 스스로에게도 만만치 않은 도전일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생들은 더 큰 선택 앞에 선다. 전공, 대학, 진로 ―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어떤 학생은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압박감에 불안해하고, 또 어떤 학생은 책임을 회피하며 주변 어른에게 의존하려 한다. 성적 발표를 앞두고 스트레스로 예민해져 주변 사람들에게 이유 없이 화를 내는 모습도 낯설지 않다.
혼란스러운 상황, 흔들리는 감정 속에서 학생들은 무엇을 붙잡아야 할까?
이 시기의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마음의 방향을 바로 잡아주는 힘, 바로 인성교육이다. 인성이란 나와 타인을 존중하는 마음이며, 자기 자신의 선택을 책임지고 흔들리지 않는 삶을 위한 기초 체력이기도 하다. 인성교육이라고 해서 거창하거나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예를 들어 ‘선플 카드 작성’은 단순해 보이지만,실제 교육 현장에서 가장 반응이 좋은 활동 중 하나다. 익명으로 학교 구성원에게 응원과 칭찬 메시지를 적고, 이후 학급 전체가 그 내용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쏟아지는 선플에 처음엔 쑥스러워하지만, 교실에는 곧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된다. 평소 표현하지 못했던 고마움과 격려의 마음을 꺼내 보고, 그 마음을 전달받는 것만으로도 배려와 존중의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또한, 간단한 실천 목표 세우기 활동도 의미가 있다. 학생이 스스로 작은 목표를 정해 일주일 간 실천하게 하고, 이후 결과를 나누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학생은 ‘나의 모든 선택에는 결과가 따른다’는 사실을 가볍지만 분명하게 체득하게 된다. 이러한 경험이 바로 성인으로 성장하는 출발점이다. 진로 교육 역시 인성교육과의 연결 속에서 더욱 힘을 갖는다. 인성교육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 앞서, 자기 자신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세우는 교육이기 때문이다.
상담 중 한 학생이 교사에게 이렇게 털어놓았다고 한다.“선생님, 저는 아직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모르겠어요.” 그때 교사는 이렇게 답했다.“지금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어른으로 가는 첫걸음이야.”진로 인성교육의 핵심은 ‘나’에 대해 충분한 고민과 탐색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생각한 결론을 존중하고, 실패하더라도 그 경험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다. 자기 확신과 어른들의 지지가 만날 때, 학생은 자신의 미래를 능동적으로 그려 나간다. 고등학생에게 인성교육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잊힐 수 있지만, 성숙한 인성은 평생의 나침반이 된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존재가 아니다. 학생과 함께 고민하고, 때로는 인생의 선배로서 조언하며, 교실 속 한마디 대화·짧은 피드백·한 번의 공감으로 한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존재다.어른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선배 어른이 전해 준 인성의 씨앗은 아이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싹을 틔울 것이다. 인성교육은 결국 한 사람의 인생을 지탱하는 깊은 뿌리를 만들어 주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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