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짜뉴스 확산과 정치적 양극화는 한국 사회의 갈등을 급격히 심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위기 속에서 스탠퍼드대 래리 다이아몬드(Larry Diamond) 교수는 한국의 12•3 계엄 1주년을 맞아 KBS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타협이 가능한 교육(compromise-enabling education)”으로 가야 한다고 특별히 주문했다. 그 핵심은 단순한 지식 교육이 아니라, 사실을 분별하고 관점을 조정하며 상대와 공존하는 시민적 능력을 학생들에게 길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한국 교육이 나아갈 방안을 제언하고자 한다.
가짜뉴스에 흔들리지 않는 디지털•미디어 리터러시 강화
세계의 최상위 복지국가이자 교육 선진국인 핀란드는 2016년 이후 ‘가짜뉴스 저항력’을 세계적으로 높인 대표 국가로 꼽힌다. 그들은 초등~고교 전 과정에서 출처 검증, 통계 읽기, 사진•영상 편집의 조작 가능성 탐구, 시민 토론을 일상적 교육활동에 녹여냈다. 핀란드 정부가 공개한 교육 가이드라인에는 “사실 검증 능력은 민주주의의 생존 기술”이라고 기술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일부 학교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서울의 한 중학교는 사회과•국어•정보 교사가 협력해 ‘가짜뉴스 팩트체크 프로젝트’를 운영했다. 학생들은 정치•과학•생활 기사 중 오류 가능성을 분석해 직접 검증보고서를 작성했고, 제출물 중 일부는 지역 언론에 게재됐다. 이 경험을 통해 학생들은 “정보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탐구의 대상”이라는 사실을 체득했다. 이러한 시도를 전국적으로 확장해, 정규 교육과정 내 디지털 리터러시의 구조화 강화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키우는 ‘시민교육(civic education)’의 정착
래리 다이아몬드 교수는 이미 여러 강연에서 “민주주의는 제도보다 시민의 품질에 의해 유지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의 일부 주(예: 매사추세츠, 일리노이)는 최근 ‘민주시민 프로젝트 수행’을 졸업 필수요건으로 도입했다. 학생들은 지역사회의 문제를 조사하고, 이해당사자 인터뷰를 거쳐 개선을 제안하는 과정에서 “참여하는 시민”의 의미를 경험하고 있다.
한국에도 비슷한 가능성이 있다. 울산의 한 고등학교는 ‘학교 민주주의 주간’을 운영하며 학생회–학부모회–교사가 함께 실제 갈등 사안을 토론으로 해결하는 공개회의를 개최했다. 학생들은 다수결의 한계, 타협의 필요성을 실제 상황에서 배웠으며, 학부모 만족도 역시 높았다. 이처럼 생활에서 민주주의를 실천하는 교육은 교과 이론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진다.
대립의 시대에 필요한 토론·협력 기반의 창의성 교육의 필요
단선적 정답을 요구하는 수업은 다양한 관점이 충돌하는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를 갖게 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여러 학교는 팀 기반 문제 해결 프로젝트(PBL)를 통해, 의견 차이를 생산적으로 조정하는 능력을 핵심 역량으로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서도 광주의 한 초등학교는 “갈등 실험실(Conflict Lab)”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학생들은 실제 학교생활에서 일어난 갈등을 시나리오로 재현하고, 다른 해결 전략(조정·타협·중재)을 시연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 후 학생들의 학급 내 갈등 보고 건수가 눈에 띄게 줄어 창의성과 협력은 지식의 양보다 관계 맺기와 문제 해결을 경험하는 과정에서 자라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타협 가능한 교육’으로 전환할 때
오늘날의 민주주의 위기는 대규모 폭력보다 정보 왜곡•혐오•분열의 증폭 구조에서 비롯된다. 교육만큼 이 흐름을 바꾸는 바탕은 없을 것이다. 우리 교육이 창의성과 시민성을 결합한 ‘미래형 공공 교육’으로 나아간다면, 사회의 양극화와 불신을 해결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다음 세대가 ‘분열이 아니라 타협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는 교육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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