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titled Document

▲신한대학교 보건대학 학장

주간교육신문사 미래교육논객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교육의 해안가에 당도했습니다. 이 기술적 흐름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 하나가 교실에 들어오는 차원을 넘어, '가르침'과 '배움'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교육의 대전환기, 현장에는 기대와 두려움이 교차합니다. 과연 AI 교사는 인간 교사의 자리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일까요, 아니면 교육의 질을 비약적으로 높여줄 '최고의 팀(Best Team)' 파트너일까요? 이는 단순한 기술 수용의 문제를 넘어 미래 교육의 주도권에 관한 실존적 질문입니다.

기술적 낙관론은 '하이터치 하이테크(High Touch High Tech)' 모델에서 그 해법을 찾습니다. AI가 방대한 데이터 분석, 개인별 맞춤형 문제 제공, 지식 전달과 같은 '하이테크' 영역을 전담하고, 인간 교사는 정서적 교감, 창의적 지도, 인성 교육과 같은 '하이터치' 영역에 집중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실현된다면 교사는 채점과 행정 업무의 늪에서 해방되어, 오직 학생의 눈을 맞추고 그들의 성장을 돕는 데 온전히 시간을 쏟을 수 있습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속도에 맞춰주는 AI와, 마음을 읽어주는 인간 교사의 결합은 분명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인 교육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입니다. 미국의 칼럼니스트 시드니 J. 해리스는 "진정한 위험은 컴퓨터가 인간처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컴퓨터처럼 생각하기 시작하는 것"이라 경고했습니다. 교사가 AI가 제시하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분석 결과에 맹목적으로 의존할 때, 교육 현장은 심각한 '탈숙련화(Deskilling)'의 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스스로 수업을 설계하고 학생을 관찰하며 교육적 판단을 내리는 '근육'이 퇴화하고, 교사가 단순한 시스템 관리자로 전락한다면 교실의 생명력은 소멸할 것입니다. 또한, AI가 제공하는 위로는 정교하게 설계된 확률적 텍스트일 뿐, 인간의 체온이 담긴 진정한 공감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결국 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교사 역할의 근본적인 재정의입니다. 과거 칠판 앞에서 지식을 주입하던 '지식 전달자'로서의 권위는 이제 내려놓아야 합니다. 대신 교사는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장악하여 최적의 학습 경험을 설계하는 '디자이너'이자, 데이터 이면에 숨겨진 학생의 맥락을 읽어내고 잠재력을 일깨우는 '멘토'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적 오류를 바로잡고, AI가 결코 가르칠 수 없는 윤리적 가치와 삶의 의미를 전하는 일은 오직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성역입니다. 교사가 기술의 하수인이 아닌 주인이 될 때, 비로소 AI는 교육을 혁신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교육 작가 윌리엄 아서 워드는 말했습니다.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훌륭한 스승은 모범을 보이지만,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inspires)." AI는 훌륭한 설명을 하고 시범을 보일 수는 있어도, 학생의 영혼에 불을 지피고 감화를 줄 수는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여전히, 그리고 영원히 인간 교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지금 기계와 경쟁할 것인가, 아니면 기계를 타고 넘어설 것인가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AI를 단순한 비용 절감이나 효율성의 도구로 본다면 그것은 공포스러운 경쟁자가 되겠지만, 교사의 전문성을 증강(Augment)시키는 파트너로 삼는다면 교육은 새로운 르네상스를 맞이할 것입니다. 기계는 정답을 줄 수 있지만, 그 답이 학생의 삶에서 갖는 의미를 찾아주는 것은 인간입니다. 이제 두려움을 거두고, '최고의 팀'을 이루어 기술 너머의 참된 교육, 사람 냄새 나는 교실을 만들어 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