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교사들은 학부모의 각종 악성 민원과 교권 침해, 아동 학대 신고, 그리고 과중한 행정업무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또한 학교 공동체의 인간관계가 심히 소원(疎遠)해진 상태에서 교육 당국과 학교가 나름의 돌파구를 찾으려고 노력하지만 현장에서 교사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최근에도 업무의 압박감과 악성 민원에 따라 교사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지속되고 있는 것은 그 방증이라 할 것이다.
이제 전국 곳곳에서는 교사들이 생존권 투쟁을 위해 차가운 아스팔트 위에 나서고, 역량이 기대되는 2030 젊은 교사들은 교직을 떠나는 경향이 증가하고 있다, “가르치는 일은 국가의 미래를 빚는 일이다.” 이 말은 교사의 존재 이유를 가장 잘 드러낸다. 그러나 오늘날 교사들은 교육의 본질 이외의 행정, 민원, 통제 속에 갇혀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렵다”고 이구동성으로 토로한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사에서 교사의 자긍심을 높였던 정책은 무엇이며, 그 불씨를 어떻게 이어갈 수 있을까?
첫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은 1989년 제정된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이른바 교원지위법이다. 이 법은 교사를 단순한 노동자가 아닌 교육 전문가로 인정한 상징적 전환이었다. 특히 최근 교권 침해 사건이 잇따르자 법 개정으로 교육활동 보호 조항이 강화되며, 교사들이 조금이나마 “국가가 우리를 지켜준다”는 신뢰를 되찾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러나 법은 시작일 뿐이다. 교사가 법의 보호 대상이 아닌, 사회의 존중받는 주체로 서려면 국민 인식 변화가 지금보다 널리 확대되어 실행되어야 한다.
둘째는 1990년대 중반의 ‘열린교육 정책’과 자율연수 제도다. 이 시기 교사들은 학생 중심의 수업을 자율적으로 설계하고, ‘연구하는 교사’로서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었다. ‘자율연구학교’, ‘수업개선연구회’ 등 교사 주도형 프로젝트는 교실의 활력을 불러왔고, 일시적이나마 교직의 전문성과 자긍심을 회복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수업의 주인이 다시 교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2000년대 도입된 교원성과급제는 양면성을 드러내며 최근에는 교사의 자긍심을 되레 흔들기도 했다. 노력의 보상이라는 취지와 달리, 교사들 사이에 불필요한 경쟁과 좌절을 낳았기 때문이다. 이 경험은 교사의 동기를 세우는 힘이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신뢰와 존중이라는 점을 다시금 일깨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등장한 에듀테크 시대는 새로운 도전이자 기회였다. ‘쌍방향 실시간 수업’ 등과 같이 교사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맞춤형 학습을 설계하고, 세계의 교사들과 소통하며 “나는 시대를 이끄는 교육자”라는 자부심을 다시 확인했다. 정부가 추진한 디지털 역량 강화 연수나 AI 교사 지원정책은 이러한 변화를 뒷받침했지만, 기술이 교사를 대체하는 방향이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교사의 자긍심을 지속가능케 하는 길은 무엇일까? 첫째, 전문적 자율성 보장이 핵심이다. 수업과 평가, 생활지도에서 교사의 교육적 판단이 존중받아야 한다. 둘째, 동료의식과 협력의 문화가 필요하다.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보다 더 철저하게 제도적으로 지원하여 교사들이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 교사의 실수를 확대하기보다, 교육의 본질과 노력을 조명하는 사회 분위기가 절대로 필요하다. 교사가 신뢰와 존중받을 때, 교육은 살아난다는 명제는 거스를 수 없는 진리다.
교육정책은 단순한 제도 설계가 아니다. 그것은 교사의 마음과 학생의 미래를 동시에 세우는 일이다. 교사의 자긍심이 살아 있을 때, 교실은 다시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교권 5법”을 넘어 “교사 존중 사회”로의 전환이다. 교사는 인정과 존중의 손길에 따라 그 잠재력과 책임감, 사명감을 다해 사도(師道)의 길을 걸으며 시대를 선도하는 선구자(First Mover)로 자긍심의 불씨를 한껏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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