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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고교학점제, 미래 교육을 향한 발걸음을 멈추어선 안 된다

최근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폐지 주장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7년간의 세월 동안 온갖 준비 과정을 거쳐 본격 실행에 들어간 정책이 시행 반년 만에 현장의 온갖 애로사항을 들면서 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학생 간 학력 격차 심화, 학교 운영의 어려움, 교사 업무 과중 등을 이유로 고교학점제가 우리 교육 현실에 맞지 않는 제도라며 도입 자체를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은 단기적인 어려움만을 부각할 뿐, 고교학점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교육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교육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투자다.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 미래를 포기할 수는 없다.
고교학점제의 핵심은 학생 중심 교육이다. 더는 모든 학생이 똑같은 교실에서 똑같은 내용을 강제로 배워야만 하는 획일적 교육이 아닌, 학생 개개인의 적성과 진로에 따라 스스로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는 단순한 수업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우리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 더 늦기 전에 교육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할 때다.
폐지를 주장하는 이들은 “학생들이 제대로 과목을 선택하지 못할 수 있다”라거나 “교사 수급이 안 된다.”, “학교 간 격차가 심해진다.”라는 현실적 어려움을 앞세운다. 물론 고교학점제의 완전한 안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문제의 존재가 곧 제도의 실패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어떤 제도든 시행 초기에는 불확실성과 혼란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것이 곧 ‘멈춰야 할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오히려 그러한 문제들을 인식하고 개선해 나가면서 제도를 성숙시켜야 하는 것이 정부와 교육 당국, 그리고 우리 사회 전체의 책임이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학생들은 주도적인 학습자로 성장할 수 있다. 대학과 사회는 이미 문제 해결력, 창의성, 협업 능력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의 교실은 정답만을 찾는 훈련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고교학점제는 학생들에게 선택권과 책임감을 부여하며, 다양한 교과 경험을 통해 스스로 진로를 탐색하고 자신의 삶을 설계하는 힘을 길러주는 제도다. 미래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중요한 교육이 있을까?
또한, 고교학점제는 교사에게도 변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단순한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생의 성장을 함께 고민하고 설계하는 조력자의 역할이 강조된다. 이는 교사들의 업무가 증가할 수 있고, 새로운 수업 준비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제도를 보완하고 행정적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충분히 극복 가능한 문제다. 고교학점제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의지조차 포기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교육은 단순히 ‘효율’을 따지는 산업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오늘날 고등학생들이 어떤 교육을 받느냐는 개인의 미래를 넘어 사회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고교학점제를 통해 다양성과 개별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은 결국 더 건강하고 창의적인 사회로 나아가는 발판이 된다. 이 길을 지금 접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획일성과 수동성에 갇힌 교육으로 되돌아갈 뿐이다.
변화는 불편하다. 그러나 그 불편을 감수할 가치가 있을 때, 진정한 발전이 가능하다. 고교학점제는 그런 변화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주장은 미래 세대의 가능성을 짓밟는 일이며, 교육의 퇴행을 자초하는 일이다. 우리는 보다 나은 교육을 위해 무엇을 감내해야 하는가? 고교학점제를 폐지할 이유를 찾기보다,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무엇을 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야 할 때다. 고교학점제 폐지 주장자들은 위의 모든 논거를 무시하고 ‘그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너희들이 현장에서의 고통을 알기나 하느냐?’고 반박할 것이다. 국가와 교육 당국은 그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여 무엇이 시급하게 보완되어야 하는지를 더 철저하게 점검하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기를 바란다. 이를 내버려 두면 그 무거운 책임을 역사에 남기는 커다란 우(遇)를 범하고 말 것이다. 우리 교육은 반드시 변해야 한다. 이는 시대적 명령이고 그 출발은 고교학점제의 성공적인 안착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