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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직접 나섰다. 지난 7월 21일 부산 고등학생 대표 19명이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교학점제 재검토를 촉구했다. 국정기획위원회 청소년 기획위원이자 가야고 2학년 곽동현 학생 등은 이날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의 과목 선택권을 넓히고 진로에 맞춘 맞춤형 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근본적인 설계와 준비부족이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고교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과목을 자유롭게 선택해야 하지만 학생이 과목을 선택하려면 단순한 의지만으로 어렵다"고 토로했다. 수도권과 농어촌, 특목고와 일반고 사이 현실적 여건차이는 기회격차로 이어지고 결국 고교학점제에서의 '선택'은 일부 학생들의 특권이 된다고 했다. 교육의 출발선 자체를 다르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교원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도 지적했다. "다양한 과목을 열기 위해선 그만큼의 교사가 필요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한 교사가 여러 과목을 겸임하거나 아예 과목개설이 불가능한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며 거주지나 경제력에 따라 선택의 폭이 달라지는 교육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고교학점제는 올해 고1부터 모든 고등학교에 적용됐다. 학생들은 3년간 192학점을 이수해야 한다. 평가방식은 성취평가제로 기존 9등급 체계에서 5등급제로 축소된다. 일부 명문고를 제외하고 대다수 일반고는 수시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는데 내신 변별력이 대폭 하락한다. 기존 9등급제에선 1등급이 상위 4%, 2등급 11%, 3등급 23%였지만, 바뀐 5등급제는 1등급 10%, 2등급 34%, 3등급 66%다. 이렇다 보니 상위권에선 2등급으로 밀리면 타격이 크다. 한 과목이라도 10% 밖이 되면 실수를 만회할 기회가 좁아진 것이다. 상위권 학생일수록 40%룰(정시비율)이란 우회로가 있기 때문에 공교육에 남아 있을 이유가 적어진 셈이다. 일반고 자퇴생이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인데 여기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이다.

새로운 교육과정 준비와 학생관리로 인한 교사의 업무과중, 자녀의 과목선택이 향후 대입에 미칠 영향을 걱정하는 학부모 불만도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새 제도 도입 초기에는 혼란과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그 규모와 영향력이 큰 만큼 현장에서 혼란은 예상보다 큰 상황이다.

임선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