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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고교 자퇴생의 증가 추세

2025년 고교학점제가 전국의 고교 현장에 의무적 실행에 돌입했다. 과거 고교학점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꿈틀하더니 이제는 아예 본격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는 현상이 있다. 그것은 바로 고1 내신 성적에 자신이 없는 학생들이 1학년 중에 일찌감치 자퇴를 선택해서 정시의 수능만을 대비한다는 대입 전략으로 바꾸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으로 이른바 산 넘어 산을 넘어야 하는 우려와 위험을 내포한다. 꿈길을 걷겠다는 단순하고 안일한 판단이 오히려 화를 부르는 격이다.

최근 학교 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따르면 고교생의 학업 중단 비율(자퇴율)은 2020학년 1.1%, 2021학년 1.5%, 2022학년 1.9%, 2023학년 2%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상위대학의 검정고시 출신 비율 역시 최근 5년 새 꾸준히 상승하는 등 검정고시생이 증가하고 있다. 이는 자퇴생들이 대입 우회통로로 검정고시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엔 내신과목의 86%가 고등학교 1~2학년 때 결정되는 구조가 결정적인 요인이다. 특히 1학년 성적이 전 학년 성적에 크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1학년을 마친 뒤 내신점수가 시원찮을 경우 자퇴하는 학생이 많은 것이다. 물론 여기엔 학교폭력이나 학교 부적응 등으로 학교를 떠나는 학생 수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경쟁교육에 몰입된 현실로서는 “1학년 내신 망쳐서 그냥 자퇴하고 수능 준비 할래요”라는 말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오랜 입시 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이처럼 단순한 이유로 자퇴하는 것은 금물이다. 특히 대입만을 바라본 자퇴는 더더욱 지양해야 할 것이다. 왜냐면 최근 입시환경을 볼 때 검정고시생을 위한 문호는 점차 좁아지고 있으며 수시의 문은 사실상 닫혀 있고, 정시도 N수생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과거처럼 쉬운 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정고시의 유불리, 결코 단순하지 않아

전형별로 세밀하게 점검해도 검정고시생의 입지는 간단치 않다. 수시의 경우 검정고시생이 지원 가능한 전형은 사실상 논술뿐이다. 또한 각 대학의 결과 발표에 따르면 검정고시 점수의 비교내신의 불리함이 커 학생부위주전형인 교과전형과 학종은 검정고시생의 합격률이 낮은 것이 현실이다. 설상가상으로 비교내신의 불리함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학생부 대체서식은 명확한 가이드라인도 없을 뿐더러 진로를 향한 다양한 활동을 위한 시간도 부족하다.

설상가상으로 논술 역시 지원 가능 대학과 모집단위가 제한적이며, 그마저도 높은 경쟁률과 고교 수준을 넘어서는 출제 내용이 커다란 장벽이다. 중요한 것은 검정고시생의 최대 대입 통로인 정시가 검정고시생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서울대를 비롯한 주요 대학들이 정시에서도 학생부 반영을 강화하고 있으며, 정시 비중 자체도 2028학년부터는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나저러나 온통 검정고시생에게 불리한 상황일 뿐이다.

현실은 더욱 녹록치 않다. 자퇴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기 때문이다. 과거 검정고시를 선택한 학생들 중에는 수능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좌절을 경험한 사례도 많다. 만약 지금 단순한 이유로 선택을 고민하고 있다면, 충분히 정보를 수집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문하는 시간이 절대 필요하다. 입시에서 과감한 결단이 항상 불리한 것은 아니지만, ‘사서 고생’ 한다는 말도 무시할 수 없다.

진정한 고교 교육의 의미를 되새겨야

교육의 진정한 의미에서 볼 때 고등학교는 단순히 내신만 쌓는 곳이 아니다. 또래 친구와 함께하는 수업, 동아리 활동, 담임교사의 조언, 교내에서의 작은 성취들이 긴 안목의 인생을 형성하는 소중한 초석이 되기도 한다. 따라서 특별한 사유로 고교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가정환경의 문제 등 개인적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면, 고교 시절 추억과 잠재력,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선택이 안타깝기만 한 것은 그저 노파심에 지나지 않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