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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2025학년도 1학기가 거의 마무리되어 가는 때이다. 이제 각 학교의 선생님들은 1학기 학생들의 관찰을 근거로 그동안 실행한 모든 교육활동과 인성을 종합하여 학생부 작성에 들어갈 것이다. 그 업무의 막중함과 중요성은 이미 학년 초에 학생은 물론 학부모들이 어떤 담임교사를 만날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응시하고 기다리던 순간을 상기하게 만든다. 왜냐면 한 줄이라도 더 세밀하고 정확하게 아이를 위해 좋은 점, 잠재력을 기록해 주는 교사와의 만남에 큰 기대를 갖기 때문이다. 그만큼 교사의 업무는 중요하고 그 영향력은 크다할 것이다.

교사(敎師)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본질적 정의는 매우 단순하지만 실제는 그리 녹록치 않다. 본질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이 본업 말고는 모두가 껍데기이고 쭉정이라 간주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하지만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다. 교사는 해마다 새 학년 시작 전에 각자가 희망하는 대로 업무분장이 되지 않는다. 다양한 학교업무가 대기하기 때문이다. 실례로 교사가 담당하는 학교업무가 130개나 된다는 말도 있다. 이렇게 많은 업무를 교사가 처리해야 하는 현실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교사의 업무분장에서 우선시되는 것은 무엇인가? ‘학생생활지도’, ‘교육과정 연구 및 운영’, ‘학생 평가 문항 작성 및 학교생활기록부 작성’, ‘학부모 상담’, ‘수업’ 등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절대 그렇지 않다. 한 마디로 본말이 뒤바뀐 껍데기들이 가득하다. 문제는 교사에게 업무 바깥에 있는 일들이 너무 많아 정작 수업 준비가 뒷전이라는 사실이다. 초중고 대부분의 학교는 모든 수업을 마치면 오후 2시경부터 3시 30분경이다. 퇴근하는 4시 30분~5시 까지는 불과 1~2시간의 여유 밖에 없다. 이 모든 시간에 수업 준비를 하는 것도 부족한데 현실은 이마저도 허용하지 않는다.

교사는 담당 학교업무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행정업무를 다루는 부서는 쏟아지는 공문에 따른 서류 작성이 핵심이다. 어쩌다보면 자신이 교사인지 행정직원인지 헷갈릴 정도다. 오죽하면 교사를 그만두고 차라리 행정직원으로 남고 싶다는 하소연이 난무할까? 그뿐이랴. 담임교사는 수업 종료 후에 학생 개개인의 생활지도가 이어져 학생의 문제점에 대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정서 위기 학생은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진로 및 개인 신상에 대한 학생 상담이나 학부모 상담 업무도 결코 만만치 않다. 요즘은 교사가 말 한마디라도 잘못하면 곧바로 ‘아동학대(정서학대)’ 또는 학부모 민원의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요즘 교사는 학생 교육행위와는 관련 없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 업무에도 매달린다. 이는 언뜻 듣기에 아이들과 관련된 교육관련 업무라 생각되지만 몸통만 학교 안에 들어와 있을 뿐 성격은 상당히 다른 것이다. 교사가 따라야 할 ‘국가 교육과정’과 상관이 없는 방과후 교실과 돌봄 교실을 관리하고 책임을 지는 것은 교사를 옥죄는 업무다. 여기엔 충분한 준비와 시설이 마련돼야 하는데 현실은 거의 그렇지 않다. 준비는 물론 교실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채 이와 관련된 수많은 업무가 모두 교사에게 떠맡겨진 상태다. 이는 대부분의 교육선진국들과 큰 대조를 이룬다. 그들은 교육부가 아닌 관할 ‘주’ 내지 ‘시’가 주최가 되어 ‘돌봄전담사’를 배치하여 독자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교사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본업에 보다 시간과 힘을 집중해야 한다. 현재 교육부가 중점적으로 실시하는 ‘늘봄 교실‘을 교사가 염려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당장은 임시방편 식으로 늘봄 교실 업무를 맡길 기간제 교사를 별도로 채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어떨지 모르는 일이다. 왜냐면 이런 업무가 모두 원래 교사가 맡은 것이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이를 과감하게 개혁해서 교사에게 가르치는 일, 즉 수업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그 밖의 업무는 교무업무전담팀이나 전담 교무실무사를 채용해 개선해야 한다.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으로 증대하는 이유는 바로 교사가 본업인 수업에 전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