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구자문 한동대 명예교수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의 중고교 교육을 부러워한다. 우리 한국의 중고교 교육이 대학입시를 위해 매우 엄격하게 진행되고, 아이들도 어려운 시절을 보내야 하지만, 온 식구들이 이들을 지원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비용을 써가며 어려움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인들은 미국의 교육은 한국인들에게는 경쟁도 적고, 조금만 노력해도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것 같다. 꼭 틀린 것은 아니지만 꼭 맞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의 대학진학률은 60% (대학등록률 40%) 정도로 한국의 76% (대학등록률 74%) 보다는 크게 낮으며, 좋은 대학에 대한 강박관념도 훨씬 덜하다.
미국 대도시의 우수학군 고교들이나 일부 사립고교에서는 소위 일류대학을 목표로 수업도 철저하며 학생들도 경쟁하며 3~4년을 보내지만, 일반 고교에서는 가정형편, 인생철학, 그리고 학업성취도에 따라 4년제 대학에도 가고, 2년제 대학에도 가고, 그냥 취직전선에 뛰어드는 경우 등 다양하다. 그곳의 교사들은 진로상담에 있어서 몇 개 우수대학에 가고 못가고 만을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진로가 있음을 알려주고 어떠한 길이 현재 본인에게 가장 맞는 것이지 함께 발견해 내려 노력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군대에도 지원해가고, 뜻이 있으면 군 생활 중 대학과정을 마치기도 한다. 대학에 안가고 취직전선에 뛰어든다 하여 나중 경제적인 부를 획득함에 있어 어느 정도 차이가 있기도 하겠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심각하지 않음이 그 사회의 장점이기도 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에서 자녀 둘을 키워 미국대학을 졸업시켰고, 제자들을 미국을 비롯한 외국대학에 많이 보내본 사람으로서, 한국과 미국의 교육은 각각 장단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고 있다. 전 미대통령 오바마가 ‘한국의 초중등교육을 본받자’한 것은 미국 초중등 교육이 지역에 따라서는 매우 부진하고 일부 대도시 학군에서는 퇴학률이 50~60%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보기에 한국의 교육은 좀 더 엄격하고 학부모들도 관심이 커서 모두가 어느 정도의 기본 실력을 갖추고 졸업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모든 학교가 그러한 것은 아니다. 일부 교외 우수학군이나 사립학교의 경우에는 경쟁도 심하고, 고교시절 대학과정 주요 과목들을 ‘AP클래스’로 택해 우수하게 이수하고 우수 대학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또 하나 다른 점은 물론 미국은 인구도 많고 대학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우리 한국인들이 생각하듯 몇 개 학교만 우수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SKY’ 혹은 ‘인서울’ 하는 공식이 미국에서는 맞지도 않고 통용되지도 않는다. 우리 한국인들이 하버드, MIT, 버클리 등에 입학하면 인생의 큰 성공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큰데, 미국에는 그 정도의 우수한 대학들이 50~100개 혹은 그 이상 있을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오와주에서 가장 우수한 고교생들은 그러한 학교에 가는 경우보다 그 지역의 주립대학에 진학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4년제 대학이 아니고 2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후 취직도 하지만 뜻이 있으면 4년제로 편입하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도 흔하다. 물론 대학 선택에 있어 학비, 장학금, 그 지역의 생활비가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주 부자집안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미국학생들은 스스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한국인들은 우수한 고교생들이 서울에 위치한 대형 대학교 내지 선택하는 경우가 많지만 미국에는 그러한 연구중심의 대학보다도 작은 사립대학의 강한 학부교육과 교수와 학생들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이들이 많다. 캘리포니아에만 해도 전국에 잘 알려진 ‘클레어몬트 칼리지 연합’에 속한 대학중에는 작은 수의 학생을 모집하지만 문과분야에서 최일류인 ‘포모나 칼리지’가 있고, 학부 엔지니어링의 최일류인 ‘하비머드칼리지’가 있다. 이들은 200~300명 정도의 학생 정원을 가지고 있지만, 이들의 SAT성적은 전국에서 제일 높은 수준이며, 장학금도 많고, 교육을 강하게 시켜서, 하비머드칼리지의 경우 졸업 1년 후와 10년 후의 평균연봉이 전국에서 제일 높은 것이다. 이들은 학부 학위로도 전국에서 인정받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칼텍, MIT, 버클리 등의 대학원에 진학하여 우수한 학자로 성장하기도 한다.
우리 한국이 경우 대학의 랭킹을 매기는 경우 대부분 대형 공사립대학들과 연구중심대학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부 중심의 소형 대학들은 아무리 우수한 교육과 성과를 내어도 표면상에 나타나지 않고 대부분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학교 중 하나가 포항에 있는 30년 역사의 한동대라고 본다. 필자가 이 학교에 초창기부터 재직하고 은퇴해서 팔이 안으로 굽는 경향도 없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이 학교의 졸업생들은 전국의 어느 대학 보다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데, 필자의 제자들만하더라도 국내외 우수대학원 진학, 우수기업 취업, 국제기구 취업 등에 있어서 괄목할만한 객관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이 대학에서는 학부에서 전공분야만이 아니라 인접 분야를 함께 공부하도록 하며, 또한 사회의 일원으로 협력하며 살 수 있고, 국제무대에서 활동할만한 인재를 키우려 노력하기에, 그리고 그에 맞는 프로그램들을 지니고 있고, 교수와 학생들이 학업과 진로에 대해서 함께 노력하기에 그러한 성과를 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대학은 초창기부터 국제화된 교육을 행하고 외국인들이 어려움 없이 교육 받을 수 있는 대학을 계획하고 있었다. 이러한 면에서 미국의 ‘작지만 강한 대학’ 모델을 지니고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글로벌화되어 가는 포스트모던 시대에 이러한 대학들이 국내에도 많아져야 국가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며 크게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편집자 주. 본 원고는 2025년 6월 9일 대경일보에 게재된 '[구자문 칼럼] 미국 고교 교육과 진로 상담'을 작성자인 구자문 한동대 명예교수의 허가 하에 게재함을 밝힙니다. (출처: https://www.dkilbo.com/news/articleView.html?idxno=50003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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