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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곡 전재학(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 산곡남중 교장)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3년을 주기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실시한다. 이는 만 15세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학업 성취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가장 최근인 2022년, 대한민국 학생들의 학력은 그 이전과 마찬가지로 전 영역에서 1~7위권의 좋은 결과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또 다른 영역인 삶의 만족도 평가에서는 OECD 회원국 30개국 중에서 27위로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즉, 얼마나 즐겁고 만족하며 행복하게 학교생활에 임하는지에 대한 평가는 매우 아쉬운 점이 크다. 왜 이런 결과를 보이는 것일까?

우리의 청소년들은 전 세계 최상위권의 자살률을 유지하고 있다. 매년 5만 명 안팎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 곳곳의 인권사각지대에서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각 학교마다 다양한 ‘학교 폭력’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서적 장애로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민족으로 평가받는데 1등 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성인지 감수성이 미미해 각종 성 범죄에 연루되고 있다. 최근 널리 확산된 딥페이크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출발한 것이다. 대학 미진학자들은 각종 차별과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가장 원하는 일을 물으면 온통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으로 가득 차 있다.

이는 경제 분야의 신자유주의 이념에 따라 국시(國是)처럼 숭상하는 경쟁이 지배적인 사고로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친구조차 경쟁자 내지 적으로 간주하는 인간관계를 조장하고 있다. ‘배워서 남보다 우위에 서는’ 출세와 성공지향의 교육 가치가 행동강령이 되었다. 그러니 상호 나눔과 배려, 협력과 연대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한다. 이는 ‘내 새끼 지상주의’에 입각한 학부모의 과도한 이기주의를 부추겨 결국 비뚤어진 자녀 사랑이나 부모 찬스에 의해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마마보이(걸)’로 양육하고 있다.

그 결과 대학에 진학해서도 성인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 모든 것을 알아서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력자가 되고 있다. 그러니 부모가 나서 대학 교수에게 자녀의 학점을 챙기는 등 문제를 노출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군대에 가서도 상관에게 특별히 잘 대우해 달라는 청탁을 하게 만드는 웃픈 일이 버젓이 발생하고 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집단생활(학교생활, 사회생활)이 결코 행복할리 만무하다. 그러니 작은 일에도 좌절하고 한번 실패에 영원한 패자로 낙인찍혀 삶의 의지와 존재의미를 상실하니 결과는 뻔한 일이다.

최근 TV를 통해 새 대통령에게 바라는 국민의 소리에 의하면 학생들은 목소리를 높여 “학생을 행복하게 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다. 이는 한두 명의 청소년의 소망이 아니라 이 땅의 대부분 학생들의 바람일지도 모른다. 왜냐면 그들은 너무도 잔인한 환경에서 배움을 명분으로 어른들에 의해 온갖 학대를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4세 고시’ ‘7세 고시’ ‘초등 의대반‘ ’N수생‘ 등이 무엇을 말하는가? 그들이 이 사회로부터 많은 학대를 받고 있으며 보호받아야 할 긴박한 입장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고1만 되면 학교를 자퇴할 것인가, 아니면 공부의 방향을 바꿔 수능으로만 대학에 갈 것인가를 결정하는 고통의 순간에 직면한다. 이제 우리는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학교와 국가를 만들기 위해 온 마음과 온 정신을 다해야 할 때가 되었다. 아이들이 행복해야 나중에 행복한 어른이 될 수 있으며 그들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 수 있다. 왜냐면 행복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나중에 행복할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고기를 먹어 본 사람이 고기 맛을 아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의 아이들 곧, 학생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것이다. 이는 바로 국가백년대계인 교육에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 학생들이 즐겁고 행복하게 배우고 생활하도록 온 나라가 나서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국가의 핵심과업이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