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인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로 이 글을 시작해 본다. 우리나라가 한창 산업화의 와중에서 고도의 성장 물결을 타고 또 대기업이 크게 융기하던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은 현대그룹 정주영 회장에게 “그 많은 명문 대학을 나온 젊은 인재들을 어떻게 그리 잘 관리하고 있습니까?”하고 묻자 정 회장은 “(저는) 매일 신문의 1면에서 마지막 페이지까지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읽는 ‘신문대학’ 졸업생입니다. 어느 명문대학을 나온 인재들보다 더 우수한 실력을 키웠습니다.”라고 자랑스럽게 대답한 것으로 전한다. 이 말은 레전드 기업인 정주영 회장이 그만큼 신문읽기를 철저히 실행해 초등학교 졸업의 학력을 크게 극복한 것으로 평가한다.
고(故) 정주영 회장은 울산 지역에 거대한 현대조선소를 건립하려고 차관을 얻으러 영국에 갔을 때 무엇을 믿고 거금을 줄 수 있냐는 영국 관계자들의 의혹 제기에 500원 짜리 한국 동전의 뒷면에 있는 거북선을 보여주며 이런 배를 만드는 능력을 가진 민족이 다름 아닌 한국인이라고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의혹을 기대로 충족시켜 차관 도입을 성공적으로 성사시킨 유명한 일화는 정주영 회장을 상징하는 서사로 함께 전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순발력과 대처역량을 발휘할 수 있었을까? 이는 학벌을 뛰어넘는 기업인의 고도의 역량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가 말한 신문대학에서 배운 지적인 능력과 실전역량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때 ‘신문 활용 교육(Newspaper In Education)’이 초중고의 많은 수업시간에 적극 활용하던 시기가 있었다. 물론 지금도 NIE 교육의 효율성을 이용하여 전통을 잇는 수업방식을 고수하는 진보 성향의 교사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필자 역시 2000년대 초반에 고등학교 수업 시간에 NIE 수업자료를 충분히 활용함으로써 교육적 성과를 얻었음은 물론 수업연구 논문을 작성하여 동료교사들과 함께 원만한 성과를 얻었음을 기억한다. 당시 신문만큼 풍부한 심화 자료를 제공하는 교과서 외의 도구는 그리 흔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시대는 흘러 이제 각종 신문이 정치적 성향에 따른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는 편향성이 심한 편이다. 그래서 신문을 통한 교육은 정치적 사상의 영향력을 얼마만큼 잘 빗겨가느냐가 관건이라 할 것이다. 이는 곧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신문을 비롯한 각종 언론 매체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배양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NIE 수업 교사는 가급적 정치적 중립성을 견지하는 교육언론 기사를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는 정치적 편중성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객관적인 수업 자료로서의 신문을 활용하는 측면에서 신뢰성과 효과가 크다고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에게 교육 매체로서의 신문을 유효적절하게 판별하는 지혜를 키워주고 수업에서는 학생들의 공론화를 거쳐 집단지성에 의해서 합리적 결론에 이르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아예 처음부터 보수, 진보의 성향이 두드러진 신문을 샘플로 제시하여 같은 내용의 사건⋅사고를 어떻게 다루는지 처음부터 식별하는 이해력과 분석력, 종합적 판단력을 키워가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왜냐면 ‘아’ 다르고 ‘어’ 다른 겉모습과는 달리 사건⋅사고의 본질은 다를 수 없고 이를 파악하는 능력은 부단한 훈련과 학습에 의해서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우리는 ‘문해력’이라 부르고 이의 중요성은 갈수록 증대하고 있다.
지구촌 어느 곳이든 교육은 일반적으로 교과서(text)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후진국일수록 거의 절대적이다. 이는 변화가 무쌍한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결국 ‘죽은 지식’을 기억하고 저장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살아있는 교육 자료로 신문의 특집, 연재 기사나 르포 기사를 활용하고 심지어는 신문의 4컷 만화까지 그 활용 가치는 충분하다 할 수 있다. 교육은 예로부터 수구⋅보수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살아있는 지식을 활용하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교육은 절대적이다. 이에 신문 활용 교육은 미래 역량을 키우는 관점에서 매우 중요한 교육적 수단임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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