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김봉환 숙명여자대학교 특임교수
우리나라 교육체계에서 입시란 학생들의 인생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관문이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학생들은 끊임없는 평가와 경쟁 속에 놓인다. 특히 대학 입시는 한 개인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지면서, 입시를 둘러싼 스트레스는 단순한 긴장을 넘어 심각한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학생들은 “좋은 대학에 가야 좋은 인생을 살 수 있다”는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을 끊임없이 몰아붙이게 된다. 이처럼 구조적으로 입시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입시스트레스를 겪는 고등학생들의 사례를 보면 그 심각성을 실감할 수 있다. 첫 번째 사례는 고3인 수현(가명) 학생이다. 수현이는 평소 성적이 상위권이었지만 모의고사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심지어는 시험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에 땀이 나는 증상이 나타났다. 학습량을 늘리려고 애썼지만 오히려 집중력이 떨어지고 실수가 잦아지면서 악순환에 빠졌다. 수현이는 스스로를 ‘실패자’로 낙인찍으며 자존감이 크게 흔들렸다.
두 번째 사례는 평소 차분하고 성실했던 준호(가명) 학생이다. 준호는 자신의 꿈을 위해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삼았지만, 주변 친구들과 부모님의 기대를 의식하면서 점점 압박감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어느 순간부터 공부가 손이 잡히지 않고, 이유 없는 무기력감과 분노를 경험하게 되었다. 부모와의 갈등도 심해지면서, 준호는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져 심리상담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입시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학생 스스로 스트레스를 인식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첫째, 스트레스를 부정적으로만 보지 말고, 적당한 긴장은 오히려 자신의 능력을 끌어낼 수 있는 에너지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적절한 스트레스는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게 하는 추진력이 될 수 있다.
둘째,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운동, 짧은 산책, 음악 듣기, 가벼운 취미 활동 등은 제한된 시간 안에 긴장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하려 하지 말고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힘든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친구, 가족과의 대화는 스트레스를 외부로 배출하고 정서적 지지를 얻는 데 큰 역할을 한다. 특히 학교에 계신 진로전담교사와 전문상담교사, 집 근처에 있는 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상담사 등은 전문적인 조력을 해주기 때문에 매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교사와 학부모 역시 학생이 입시스트레스를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단순히 성적의 숫자로 평가하지 않고, 학생 개인의 노력과 과정을 존중하는 피드백을 주어야 한다. 시험 결과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정을 함께 격려해 주는 교사의 존재는 학생들에게 큰 안정감을 준다. 또한 학교 내에서 스트레스 관리 교육이나 상담 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부모는 무엇보다 자녀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표현해야 한다. “너라면 잘할 수 있어” 같은 막연한 기대보다는, “네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라는 현실적인 인정이 자녀에게 힘이 된다. 성적이나 결과를 기준으로 자녀를 평가하거나 비교하는 언행은 삼가야 한다. 또한 자녀가 스트레스를 표현할 때 바로 조언이나 해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충분히 경청하고 감정을 공감해 주는 태도가 중요하다.
입시는 분명 인생의 중요한 과정이지만, 결코 인생 전체를 결정짓는 유일한 사건은 아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이 사실을 잊지 않고, 건강하게 입시를 준비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입시스트레스는 완전히 없앨 수는 없지만, 올바른 이해와 지원을 통해 충분히 관리하고 극복할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입시’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끝까지 기억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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