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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칼럼> 자사고 존치와 교육개혁, 그 모순에 대하여
기사입력 2023-12-01 오전 10:36:00 | 최종수정 2023-12-01 10:36   
仁谷 전재학
前 인천산곡남중 교장


최근 ‘2028학년도 대학입시 개편 시안’이 발표되었다. 앞으로 몇 차례의 공청회를 거쳐 12월 말까지는 국가교육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시안을 살펴볼 때 예전보다 개선된 측면(예컨대 절대평가 도입 확대, 내신등급 5단계 조정)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우려되는 바가 적지 않다. 그중에 하나는 새로운 대입제도가 자사고 등 특목고에 유리하게 진행될 것이란 점이다. 그것은 내신 성적 산출에서 지금까지와 달리 대입 수시전형에서 일반고에 비해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이 훨씬 득이 될 거라는 염려 때문이다. 이는 입시에서 최우선하는 공정성 측면에서 가진 자와 기득권층으로 분류되는 소수 학교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율형 사립고(자사고)·외국어고·국제고의 존치를 골자로 하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가 11월 22일로 끝났다. 이제 국무회의에서 의결하면 확정·시행된다. 이로써 ‘고교서열화’라는 부작용이 교육효과보다 훨씬 크다는 이유로 2025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했던 정책이 정권의 교체에 따라 불과 몇 년 만에 완전히 뒤집히는 것이다. 문제는 관점과 이해관계에 따라 ‘전환이냐, 존치냐’는 찬반 여론이 교육정책을 심히 혼란케 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헌법은 ‘교육제도 법정주의’를 기본으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사고를 도입한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일반고 전환을 결정한 문재인 정부, 다시 존치로 뒤집은 윤석열 정부까지 모두 시행령으로 대체해 헌법의 정신을 위반하고 있다. 대학입시제도에 초중등교육의 모든 역량이 집중되는 대한민국에서 이런 식의 편법을 언제까지 용인할 것인가? 특히 헌법에 근거한 강력한 법치를 지향하는 현 정부에서는 이를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 이제라도 시행령이 아니라 법으로 규율해야 한다. 하지만 현 진행 과정은 반(反)헌법적 조치일 뿐이다.

자사고를 도입할 당시나 존치 결정의 현재나 제시된 명분은 고교교육 전체의 경쟁력 제고, 고교교육의 다양화-특성화 향상, 고교교육 만족도 제고, 사교육 경감 등이다. 그러나 자사고 체제는 이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충족시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교육 경쟁력이 높아진 게 아니라 입시경쟁만 치열해졌다. 실제로 2010년부터 지정된 자사고 가운데 교육 다양성을 특성 있게 살린 학교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자사고 절대다수가 일반고와 하등 다름없는 교육과정을 교묘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술한 바와 같이 2028년도 대학입시 시안은 사교육에의 의존 강화가 불을 보듯이 분명하다. 현재도 자사고 및 특목고에 보내려는 경쟁으로 인해 중학교부터 사교육비 부담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뿐이랴. 최근 통계에 따르면 자사고 학부모는 일반고에 비해 교육비 부담이 18.5배 높다. 1인당 연간 3,000만원 이상 부담해야 하는 학교도 있다. 그렇다면 사교육비 부담을 크게 경감하겠다는 현 정부의 약속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렇게 뒷걸음질 치는 교육정책을 펼치면서 ‘교육개혁’을 외치는 건 그야말로 언어유희, 블랙코미디라 아니할 수 없다.

지방의 모 자사고는 매년 졸업생의 50% 이상이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며 재수 내지 N수생을 양산하고 있다. 이는 자사고 교육과정의 운영에 암암리 탈법과 불법이 횡행할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교육 당국의 본래의 취지와 목적에 따른 관리와 감독은 어떠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가 2024년부터 의대 정원을 대폭 증원함에 따라 자사고는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다. 이는 일반고와의 차별을 더욱 부추기고 사교육비의 증가를 부채질할 것이다.

교육개혁으로 학교에 따라 득과 실을 얻는 것은 제도 자체에 문제가 크다. 일찍이 천제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문제를 야기한 제도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처럼 자사고, 특목고를 존치하면서 교육개혁을 펼치겠다는 것은 바로 모순의 극치라 할 것이다. 다시금 우리의 대학입시 제도가 가장 우선하는 공정성은 교육개혁에서도 절대 모순되지 않는 정책 기반이자 원칙이어야 함을 재고(再考)하길 바란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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