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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태
울산대 역사문화학과 교수

특정문화의 세계화는 한 국가나 민족, 사회의 세계적 위상과 관련이 깊다. 일본의 J-컬처 바람이 세계적으로 거세게 분 것은 2차 대전 패전 후의 복구에 성공해 G7에 가입하는 등 국제적 위상이 한껏 올라갔기 때문이다.

미국문화가 유럽과 아시아에 크게 확산된 것도 세계국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고 지도력을 행사한 부분이 계기가 됐다.

한국의 K-컬처가 세계적 영향력을 지니게 된 것도 한국의 국제적 위상과 관련이 깊다.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가 OECD에 가입할 정도가 됐으니, 우스갯말로 한국인만 한국이 세계 선진국이라는 사실을 모른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은 높다. K-컬처의 세계화는 이와 관련된 현상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20세기가 제조산업의 경쟁력으로 국가 간 우열이 결정된 시기였다면, 21세기는 문화산업 능력이 국가 사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되는 시대이다. 이런 문화산업 경쟁력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있는 나라 가운데 하나가 대한민국이다.

그러나 지금의 경쟁력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불확실하다. 이를 뒷받침할 가치 있는 콘텐츠 개발이 관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울산은, 한국 근대 제조산업의 중심 역할을 한 도시였고, 울산대는 이를 위한 인재 양성과 공급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고등교육기관이었다. 만일 울산이 도시의 새로운 지향점을 미래 문화산업의 메카로 설정한다면, 울산대 역시 이를 위한 시스템을 갖춘 대학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국가 차원에서 추진하는 글로컬 30은 울산시와 울산대가 이런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 확실하다.

세계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K-컬처에는 드라마, 영화, 팝, 음식 등 여러 가지가 꼽히고 있지만, K-컬처에 포함될 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분야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주목할 만한 분야가 드라마나 영화의 대본으로 사용될 수도 있는 K-콘텐츠 스토리텔링이다. J-애니메이션이나 굿즈가 세계화하는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것이 전통문화 콘텐츠를 스토리텔링한 코믹(만화)이라는 사실을 고려하면, K-콘텐츠 스토리텔링의 가치나 효용성은 충분히 눈길을 줄 만하다.

K-콘텐츠 스토리텔링 활성화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사회적 과제이자 현상 하나는 근래 흐름이 빨라지는 평생교육이다. 기대수명은 빠르게 늘고, 사회보장은 뒤따라가지 못하며, 사회가 요구하는 은퇴 시기는 50을 크게 넘기지 않는 한국 사회가 은퇴를 앞둔 세대의 이모작, 삼모작 삶을 가능하게 하는 게 평생교육의 활성화다. 고등교육 받을 기회가 없었던 이들 뿐 아니라, 이미 고등교육을 받고 수십 년간 사회 활동을 했던 이들에게도 대학에서의 재교육을 통해 새로운 삶에 도전하고, 새로운 직업 활동을 시도할 수 있게 사회가 도울 필요가 있다.

사회 활동의 경험을 상당히 쌓았지만, 젊을 때와 같이 에너자이저로 활동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이들이 개척할 수 있는 새로운 영역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 K- 전통문화 콘텐츠 관련 활동도 이런 새로운 개척 영역으로 눈길 돌릴 만한 곳일 수 있다.

굳이 기획이나 개발이 아니라도 창작이나 재생산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 영역에서 기여할 수 있다. 오히려 젊은 청년 개발자, 기획자와 협업하면서 세대 간 소통을 활발히 하고 이로 말미암은 시너지 효과도 거둘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정부는 이를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고, 각 대학은 취미교육이나 교양교육 차원에 머물지 않는 전문적 영역의 트랙이나 학부를 개설해 문화예술기획, 축제기획운영, 영상미디어기획제작, 전통문화콘텐츠개발, 스토리텔링 등의 분야를 담당하는 문화산업 인재 양성의 효과를 최대한 거둘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