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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일기> 미온(微溫)
기사입력 2022-12-02 오전 10:53:00 | 최종수정 2022-12-02 10:53   

남건우
충남 당산초등학교 교사


신규 발령을 받고 학교로 처음 출근하던 날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봄의 시작인 3월이라고는 하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를 느끼며 교문에 들어섰다. 50학급의 큰 학교라 수많은 학생이 그간 나누지 못했던 반가운 이야기를 나누면서 교문으로 들어가고 있었고, 1학년 부모님들은 종종걸음으로 아이들의 고사리손을 놓으며 학교로 아이들을 들여보냈다. 걱정과 기대가 가득 찬 1학년 아이들의 복잡 미묘한 표정이 나와 닮아서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고 교실로 향했다.

대학교를 갓 졸업하고 담임을 맡은 나는 욕심과 걱정이 많았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어떻게 하면 많은 것을 잘 가르쳐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내가 아이들을 좋아하기에 아이들도 나를 좋아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하는 일이 잘하고 있는 일이 아닌가,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나 항상 고민하고 걱정했다.

그즈음에 만났던 자그마한 아이들이 지금은 고등학생이 되어 찾아왔다. 매년은 아니더라도 자주 얼굴을 보던 학생들이었는데, 스승의 날이라서 오랜만에 다시 보게 되었다. 수줍은 손으로 건네던 카네이션 속에 “선생님이랑 같이 있었던 시간, 수업했던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고 행복했다”라는 편지도 쓰여 있었다.

나를 좋게 기억해주는 학생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이지만, 욕심과 걱정이 많았던 예전의 나를 생각해보면 부끄러움에 나도 모르게 무안해지고 후회될 때가 많다. ‘왜 그렇게 소소한 잘못에 얼굴을 붉혔을까?’, ‘왜 그렇게 뜨겁게 타올랐다가 차갑게 식어버리는 사람이었을까?’, ‘왜 그렇게 했을까?’,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내가 지나쳤던 얼마나 많은 학생이 실망하고, 상처받았던 경험이 있을까? 왜 그렇게 감정에 집중했을까?

매너리즘, 타성, 오랫동안 변화나 새로움을 꾀하지 않아 나태하게 굳어진 습성, 대학교를 같이 졸업한 동기들이 매너리즘에 빠져 우울함을 토해내는 경우가 부쩍 많아졌다. 학생, 학부모와의 갈등에 지치고, 매년 반복되는 같은 일상과 처음 교단에 섰던 열정마저 시들어져 간다는 걸 느끼는 게 아쉬우면서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얘길 많이 한다. 미지근한 교사가 돼가고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일까?

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담임선생님께서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떠나는 우리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진다거나, 뜨겁게 안아주실 줄 알았다. 그런데, 선생님은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잘 지내고, 올라가서도 열심히 하라는 말로 우리를 중학교로 보내셨다. 학교를 처음으로 떠난다는 아쉬움에 섭섭함이 더해졌다.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여태까지 만났던 많은 선생님이 뜨겁고, 열정적인 선생님들이 아니라 미지근한 선생님들이셨다. 인상 깊었던, 기억에 깊이 각인된 선생님들은 아니었지만 은은한 기억 속에 감사함이 자리 잡고 있고 뜨겁진 않지만, 그분들의 온기 어린 손길이 내 기억 속에 느껴지고 있다.

아이들의 섭섭한 행동, 말 한마디에 차갑게 식어가던 젊은 열정이 부끄럽다.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인정받지 못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부끄러워진다.

아이들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선생님이 최고라며, 내 자랑을 숱하게 풀어놓지 않아도 괜찮다. 가장 인상에 남는 고마운 사람이 내가 아니라도 괜찮다. 뜨거운 열정이 아니라, 미지근한 온기로 아이들의 마음을 따듯하게 감싸는 선생님이 되고 싶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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