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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미나
세종시교육청 정책기획과 장학사

작년 말, 세종시 10곳의 혁신자치학교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성장시켜 온 학교자치에 대해 논하는 ‘2021 세종학교자치한마당’ 포럼이 있었다. 그 가운데 교육과정, 수업 혁신 등을 포함하여 학교자치를 위해 애써온 여러 모습을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다. 8일 동안 이들 학교가 보여준 현장의 학교자치에 대한 ‘고군분투’를 듣고 느끼면서 학교자치 담당자로서 여러 생각이 스치지 아니할 수 없었다.

학교자치를 논하기 전에, 우리는 현재의 학교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학교들은 스스로 바로 설 준비가 되었는가?’ 아니면, ‘학교는 스스로 바로 서길 원하는가?’에 대한 답은 학교자치를 펼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담론으로 학교자치의 기반과 역량에 대한 문제로 귀결될 수 있다.

먼저 학교자치 기반에 관해 이야기하면, 1991년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후 교육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강조하는 시대적 패러다임 변화를 떠올릴 수 있다. 이러한 행·재정적인 교육자치는 교육의 자율성을 제대로 보장하고 보장된 교육자치는 고스란히 학교와 학생들에게 돌아가는가? 이 지점에서 필요한 대의가 학교자치라고 할 수 있겠다. 학교는 교사들과 행정직 그리고 학부모가 있다. 이들은 ‘학생 교육’이라는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각자 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사실 학교자치가 중요한 화두가 되기 이전, 학생·교사·학부모로 대표되는 3주체 중 교사는 매우 강력한 교육과정 결정 주체였다. 하지만 학교자치를 논하는 지금은 3주체 모두가 교육과정 결정의 중요한 주체로 여겨지고 있다. 특히, 주체별 의사결정기구가 제대로 작동하여 학교 운영 전반에 모든 주체의 의견이 반영되어 그야말로 학교 민주주의를 제대로 세우는 일이 학교자치 기반 마련의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다음 학교자치 역량에 대해 생각해보자. 서두에 던진 질문 ‘학교는 스스로 바로 서길 원하는가?’는 여러 층위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학교 주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일이 학교자치이고, 이들이 학교의 모든 결정에 참여하고 그 결정에 책임을 지고자 하는가를 생각해보면 지난 일 년 학교자치를 담당하면서 느꼈던 여러 순간이 떠오른다. 먼저 학교에 있는 여러 직렬이 만나 단위 학교의 업무합리화를 위해 해결할 수 있는 과제를 제안하고 해결점을 논의하는 협의회가 여러 차례 개최됐다. 논의 과정에서 단위 학교로 이양된 업무는 학교 주체들의 많은 갈등을 낳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났다. 한편 혁신자치학교가 교육과정 자율성을 발휘하기 위해 과제를 제안하고 교육청 관련 부서가 그 제안에 귀를 기울이는 협의회에서는 ‘교육과정 자율성’의 한계도 수면 위로 떠 올랐다. 학교는 법으로 교육과정 20% 자율적 운영을 할 수 있도록 보장받고 있다. 그럼에도 학교는 20% 운영을 제대로 발휘하고 있는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교육과정 운영에 따른 책임이 고스란히 학교에 있고, 새로운 시도를 위한 용기 있는 선구자가 되기에는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배포도 함께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교육청과 학교의 역량 발휘가 필요하다. 교육청은 학교가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도록 행정적,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하고, 단위 학교는 수동적이기보다는 학교 여건에 따라 미래를 예단하는 상상력을 펼쳐 창의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할 태세를 갖춰보는 일이 필요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19 이후, 학생들의 배움과 성장이 멈추지 않도록 학교자치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한 미래사회에 적응할 수 있는 변혁적 역량은 우리 아이들에게 더 필요한 역량이 되었다. 교육은 시대와 사회가 변화하면 함께 변화하고 그 변화를 주도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그 힘은 위로부터 내려오지 않고 아래로부터 올라갈 때 더욱 강력해지고 튼튼해질 것이다. 이제 학교자치는 부정할 수 없는 패러다임이 되었고 교육청의 많은 정책에 스며들어 학교가 학교다움의 최대치를 발휘할 수 있도록 존립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