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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광장> 대학이 중병을 앓고 있다
기사입력 2022-05-06 오후 3:54:00 | 최종수정 2022-05-09 오후 3:54:34   

차갑부
명지전문대학 명예교수

전통적으로 대학의 3대 기능을 꼽는다면 연구·교육·봉사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이론)과 기술을 창출하고, 학생들을 잘 가르치며, 사회에 봉사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교수는 대학 발전의 핵심 자원이므로 3대 기능을 제대로 수행해야 대학이 산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2021년에 발표한 「전국대학 연구 활동 현황」에 따르면, 일반대학 전임교원의 1인당 연구 과제 수행 건수(2019년 기준)가 1.41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임교원이 1년에 연구를 수행한 과제 건수의 평균치이므로 1년에 1건의 연구도 수행하지 않은 교수가 대학에 남아 있다는 것이 기적이다.

20세기 교수들이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실에서 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교수방법을 알고 활용하는지가 의문이다. 최근에 발표된 <교수신문>의 조사에 의하면, 교수들은 교육의 질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교수들 자신이 시대에 뒤처져있으며, 시대 변화에 맞는 새로운 학문과 교수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신이 교수방법에 있어서 시대에 뒤처졌음을 고백한 것이다.   

아울러 교수 자신의 전문지식이나 기술을 사회를 위해 사용하고 있는지, 또한 그것이 최신의 것인지도 따져 봐야 한다. 얼마 전 <중앙일보>의 보도로는 이스라엘 대학은 기술을 팔아 연 2.4조의 돈을 번다고 했다. 우리나라 대학은 기술을 팔기는커녕 기업보다 뒤떨어진 진부한 기술을 학생에게 가르치고 있다.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가 기업은 시속 100마일로 변화하는 반면, 공교육은 10마일로 변화한다고 했던 말이 빈말이 아니다. 대학의 실험실습실은 사회변화에 뒤처진 장비들로 채워져 있는 상황에서 사회가 요구하는 첨단 기술을 가르치기를 기대할 수 없다. 최근 반도체 인력 수요가 연 1만 명인데, 대졸 전공자는 20%도 안 된다는 언론의 보도가 있었다. 현재 로봇과 관련이 있는 학과가 개설된 대학은 16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서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는 특히 로봇·반도체 등 전문 분야 위주로 급격히 바뀌고 있으나, 대학에서의 인재 양성 규모와 속도는 산업 현장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이리하여 기업에서는 일자리는 많으나 그에 합당한 인력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유사 전공자를 채용하여 재교육(OJT)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많이 소요됨으로써 기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요즘 대학가에는 학생자원의 부족으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우려의 목소리만 무성하다. 향후 몇 년이 지나면 현재 대학의 절반이 준다느니, 국립대학도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느니 지방대학이 위기라는 등 대학의 존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교수들은 연구를 잘하고 있는지, 잘 가르치고 있는지, 대사회적 봉사활동은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 밖이다. 대학의 위기는 학생자원의 부족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된다. 혹자는 학생이 없는데 무슨 연구·교육·봉사냐고 반문할는지 모르겠으나, 대학의 세 가지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는 대학에는 여전히 입학의 기회를 기다리는 수험생들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학이 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서 존폐에만 신경을 쓰는 대학은 ‘민폐’이며, 민폐는 소멸로 이어져야 마땅하다.   

이제는 대학이 답해야 한다. 사회변화를 외면한 채 안일한 운영을 계속할 것인가, 아니면 급변하는 사회변화의 속도를 선도할 능력이 있는가? 학생이 없어서 존폐가 우려된다는 말만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대학의 구조 조정을 통해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인력을 양성할 것인가? 변화를 외면하면서 학생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사회변화를 읽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대학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교육부는 대학을 ‘구제’의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혁신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해야 한다. 찬물에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가열하면 안락사한다는 ‘삶은 개구리'의 교훈을 상기할 때다.   


기사제공 : 주간교육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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