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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장기간에 걸친 코로나19는 우리 삶에 커다란 변화의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이는 어느 한 개인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닌 모든 이에게 변화에 대한 갈망과 바람직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려는 의지의 발현을 돕고 있다. 물론 평범한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의 삶의 의지는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는 트랜드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은 예전부터 존재하는 일상의 가치가 날로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그 일상을 스스로 잘 설계해보겠다는 의지가 만들어내는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의식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트랜드 코리아 2022』에서는 외부의 통제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기만의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요즘 사람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부르고 있다. ‘루틴(routine)’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를 의미하는 말이다. 루틴은 매일 혹은 규칙적인 주기로 수행한다는 점에서 ‘습관(habit)’과 유사하지만 습관에 비해 ‘삶의 방향성을 스스로 통제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습관은 의식적으로 혹은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의 집합체를 의미하는 반면, 루틴은 의식적으로 반복하기 위해 세운 계획 혹은 일련의 행동을 의미하는 구체성이 강하다고 볼 수 있다.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Immanuel Kant 1724~1804)는 순수이성비판이나 실천이성비판의 철학적 업적을 남겼다. 그는 삶에서 평생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규칙적인 반복으로 유명한 일화를 남겼다. 그의 정해진 시각에 정확히 반복되는 마을의 산책을 보고 사람들은 시계를 맞추었을 정도였다고 한다.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역시 매일 아침 똑같은 카페에 들려 아침을 먹고, 오전 시간 동안 약 10쪽 분량의 글을 쓰고, 오후 1시부터는 사람들과 만나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아침에 일어나 달리기를 하고 간단한 식사 후에 글을 쓰고, 오후에는 쉬고, 저녁에는 음악을 듣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에게는 일상의 패턴을 지켜나가는 것, 그것이 창의력의 비결인 것이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2021년 8월, 부산서중학교는 재학생 중 총 58명의 희망자가 여름방학 기간 내내 독특한 자기주도학습을 수행했다. 학생들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총 5교시 동안 자율적인 학습 계획을 세운 뒤 각자의 시간표대로 공부하는 동안, 교실에서는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각자 담당한 7~8명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노트북이나 태블릿PC 화면으로 지켜보았다. 여기선 한 팀을 이룬 다른 친구들의 열공 모습은 물론 자기를 지켜보는 대학생의 눈이 학생들로 하여금 공부에 집중하게 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요즘엔 코로나19로 공공시설을 이용하지 못하고 혼자 공부하는 학생들을 타깃으로 한 가상 독서실인 ‘열품타(열정을 품은 타이머)’ 앱이 인기라 한다. 같은 그룹에 속한 학생들끼리 입장하여 자리잡기 경쟁 등 실시간 랭킹을 보면서 순위 경쟁을 할 수 있어 홀로 공부하는 학생들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학생들의 규칙적인 삶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처음에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던 학생들은 학기 중과 방학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녹화된 강의를 주어진 시간 내에 듣기만 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전환이 된 요즘은 개선된 점이 있지만 그래도 교사의 눈을 피해 자유로운 행동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래서 개인의 학습 루틴에 따라 학력 격차, 학력 저하의 결과를 양산해 이는 사회문제화 되고 있지 않은가. 이제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스스로 자기를 엄격히 통제하기와 일상에서 페이스메이커와의 공조 그리고 하루하루의 의미를 부여하는 자기 점검을 실천하도록 생활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바른생활 루틴이는 학생들이 일상의 높아진 자유를 스스로 관리하는 규칙적인 패턴과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인성교육으로 인간의 신뢰를 높이는 새로운 학교문화의 뉴노멀(New Normal)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