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6학년 아이가 요즘 불안해서 잠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무엇이 그렇게 불안하냐 했더니 자기가 어른이 되기도 전에 지구가 다 오염되고 전쟁이 나서 자기는 결혼도 못하고 죽을 것 같다고 했다. 요즘 아이들은 차원이 또 다른 세상을 살고 있구나…
‘아이들은 잘 자야 키가 큰다’ 옛 어른들의 말씀이 하나 틀린 것이 없다. 하지만 요즘 어지간해서는 아이들을 제시간에 재울 수가 없다. 이제 9시에 아이들을 재우고 부모는 영화를 즐기던 시대가 아니다. 10시를 훌쩍 넘기는 시간에 학원에서 돌아온 아이는 저녁 간식을 먹고 학원 과제를 하고 게임을 하다가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다가 언제 잠들었는지 본인도, 물론 엄마도 모른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지난 15일 자살 시도한 국내 청소년 중 15%만 병원 치료를 받는다는 분석을 내놨다. 자살시도자는 자살 최고 위험군인데 이에 대한 관리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국내 자살자 수는 감소세지만 여전히 세계적으로는 높은 수준이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특히 청소년 자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 위험군 학생은 ▲2016년 9624명 ▲2017년 1만6940명 ▲2018년 2만3322명 ▲2019년 2만4575명으로 꾸준히 늘다가 2020년 2만682명으로 다소 줄었다. 2020년 기준 청소년 자살 시도율은 2.0%로 중학생 2.0%, 고등학생 2.0%이며 남학생 1.4%, 여학생 2.7%로 조사됐다. 자살 시도율은 2018년 3.1%, 2019년 3.0%에 비해 감소했다. 하지만 청소년의 자살 시도후 병원 치료 경험율은 0.3%로 자살 시도자 가운데 15%만이 병원 치료를 경험했고, 85%의 자살 시도자는 병원 치료를 경험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명존중시민회의는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분석했지만 비단 그 영향뿐이었을까. 국방력 세계6위, GDP 3만달러를 넘어서고 교역규모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은 행복한가. 국민의 행복 체감지수는 여전히 OECD 37개국 중 매년 최하위권이다.
하물며 아이들의 행복 체감지수는 어떠할까. 사회와 어른들의 불안을 이제는 아이들에게 감출 수가 없는 시대다. 어쩌다 아이들까지 불면증에 시달리는 시대가 되었나. 2025년 초고령화 사회를 앞두고 있어도 소중하다고들 하는 ‘아이’들의 정신건강에는 도무지 관심들이 없다. 성인도 그렇지만 아이들의 불면증은 예사로 넘길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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