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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암울한 코로나 시국에 또다시 온라인으로 졸업식을 거행했다. 졸업은 학교 교육의 작은 종착역이자 인생의 간이역이다. 여기엔 환영 나온 가족과 친인척의 따뜻한 인사와 몸짓이 응당 약속의 전통으로 존재해 왔다. 하지만 이번에도 2년에 걸친 쓸쓸한 멈춤만이 있었다. 간이역 출입구에는 덩그러니 축하의 짧은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이 나부끼고 졸업생의 발길을 재촉하는 승강장에는 세찬 겨울의 삭풍이 불어와 앞으로의 발길이 결코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듯했다.

하지만 역경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희망은 존재했다. 졸업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은사를 찾고 어렵게 만남을 이룬 가족과 함께 작은 성취를 축하하고 이에 보답하듯 웃음이 오고 간 만남의 순간도 있었다. 그동안 스승의 가르침과 정성에 감사를 표하는 얼굴에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하는 한국인의 따뜻한 정(情)이 살아있고 이를 맞이하는 스승의 얼굴에는 작은 자부심과 긍지의 눈빛이 교차했다.

졸업생 A, 그는 학교가 선물한 잊지 못할 추억을 답사로 응대했다. 그는 필자가 아끼고 지지하는 학생으로 학교에서 참 열심히 살았다. 학생의 대표로 학생 자치회를 이끌었고 다양한 교육활동에는 늘 그가 있었다. 다소 상기된 목소리에는 학교생활의 고된 순간들이 응집됐고 그 속에서 자신은 맘껏 뛰놀았다고 회고했다. 그리고 성장의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의 언어를 잊지 않았다. 졸업생 B, 그는 처음에 자신감이 넘쳤지만 점차로 한없이 작아져 가는 자신을 발견하고는 관심과 사랑 속에 진로를 탐색하던 순간들을 고백했다. 그것은 좀 더 겸손해지고 배움에는 끝이 없다는 진리를 깨달아 진정한 공부는 이제부터라고 제법 어른스러운 소감을 말했다. 졸업생 C, 그는 학교 어머니회 임원인 학부모와 함께 작은 꽃다발을 가슴에 안고 찾아와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제 갑니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그를 향해 필자는 내일은 더 나은 실수를 하며 도전하는 젊은이가 될 것을 격려했다. 또한 삶을 화려한 외형으로만 평가하지 말고 내면을 풍성하게 채우길 응원한다고 했다. 졸업생 D, 그는 힘들고 어려울 때 늘 면학의 장소를 찾아 등을 두드리며 격려해 준 것에 대한 감사의 말을 남겼다. 그리고 자신도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응원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다.

교육은 사랑이다. 이 말은 필자가 오래전부터 마음속으로 간직하고, 코로나 시국에 더욱 빛을 발하는 교육철학이다.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시인 정현우는 <우리는 약속도 없이 사랑을 하고> 라는 산문집을 출간했다. 그는 왜 이런 제목을 정했느냐는 질문에 “원제는 ‘모든 슬픔을 한꺼번에 울 수 없나’ 였지만 코로나 시국에 너무 슬픔만 얘기하면 사람들이 읽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편집자님과 고민하다가 내가 이 책에 썼던 「그냥」이라는 글의 한 구절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가 많고, 또 우리가 사랑할 때는 약속 없이 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봤을 때 무릎을 칠 만한 그런 구절인 것 같아서 제목으로 정했다”고 고백했다.

인간은 유한하다. 그래서 아름다울 수 있고, 소멸하기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은 약속도 없이 찾아오지만, 상대에게 ‘사랑한다’고 언급하는 것은 그 순간에 대한 약속인 셈이다. 교육은 사랑이다. 오직 사랑만이 성장기에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고 배움을 촉진하며 나눔과 배려를 실천하는 참인간을 탄생시킨다. 졸업생이 이구동성으로 감사하는 바는 힘들고 어려울 때 사랑으로 감싸준 고마움에 대한 회고다. 인생의 간이역에서 잠시나마 멈추고 성찰할 수 있는 짧은 순간에도 사랑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 길만이 인간을 더욱 아름답게 성장시키는 촉진제가 되고 선을 선으로 응대하는 선순환의 교육이 될 수 있다. 진정으로 가치 있는 최선의 교육에 대한 약속은 사랑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