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22일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A군은 동생 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학교로부터 기말고사를 볼 수 없다는 통지를 받았다.
자가격리 대상이더라도 유전자증폭(PCR) 검사상 음성이 나오면 시험 볼 수 있다는 학교측 설명을 듣고 근처 병원과 보건소를 찾았으나 결국 시험 시간 전까지 검사를 마칠 수 없어 응시 기회를 놓쳐 좌절.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A군과 같이 재택치료로 인해 등교를 못 하는 학생은 결석 기간을 출석한 것으로 인정하고, 시험을 못 봐도 이전이나 이후 시험 성적을 기준으로 환산한 성적(인정점)을 부여한다.
점수 산정에는 해당 시험의 난이도가 반영되는 데 중간고사 때 100점을 받았어도 기말고사가 어려웠다면 기준점수는 80~90점이 될 수 있다.
A군의 학교는 코로나19 때문에 일부 과목 중간고사를 치르지 않았다. 기말고사 때 해당 과목을 결시한 학생들은 직전 지필평가 점수가 없어서 학년 평균점을 받았다. A군도 결시한 두 과목에서 평균점수를 받았고, 두 과목 모두 1학기보다 점수가 15점 이상 하락했다. 특목고·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A군에게 이번 기말고사 성적은 중요했다.
A군의 소식에 ‘또, 학교행정 편의주의가 아니냐’며 댓글창이 40대 여성들로 들썩였다. 수능도 확진자는 시험 보는데 본인이 확진자도 아니고 가족 중에 확진자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했다며 3년간 특목고 준비해왔을 아이를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했다.
1층 보건실이나 격리된 교실에서라도 보게 했어야 했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또 고등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면 수시로 대학갈 기회 자체가 사라졌다면서 인정점을 받으면 타격이 크다며 교육부는 속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그렇다면 ‘결시생 인정점 부여’는 과연 공정한가. 중간고사 성적이 좋았던 학생이 코로나를 핑계로 기말고사를 일부러 회피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시험 성적에서 득을 보려고 코로나 감염이나 자가격리를 의도하는 경우는 상상하기 어렵지만 백신접종 일정은 조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들썩들썩한 댓글창은 누가 언제 어디서 확진‧격리될지 모르는 펜대믹 상황에서 내 아이도 미래에 대한 기회까지 박탈될 수 있다는 불안을 그대로 보여줬다. 교육부가 특목고를 준비하는 A군을 알 리가 없다.
그러나 학교는 다르다. 아니 달랐어야 했다. 인재양성을 위해 존재하는 교사와 학교가 행정상 이유로 한 학생의 꿈을 돌아보지 못하고 ‘학교행정 편의주의’라는 오명을 쓰느니 펜대믹 현실에 걸맞은 유연한 행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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