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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균

서울반원초등학교 교사

현재 6학년 교실 안에는 6학년, 중1, 중2, 중3, 심지어 고등수학을 하는 학생들까지, 수학의 진도가 다양하게 나가고 있다. 학생들은 일주일에 한 번 하루에 5시간 동안 학원에서 수학 공부를 한다. 또한 영어과목에서도 초등6학년 교과서의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내용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학교에서 수업을 마치고 다시 학원으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 또한 밤늦게까지 학원숙제를 하느라 피곤한 우리 아이들.

정부는 학생들의 과도한 경쟁과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2014년부터 선행학습 금지법을 시행했다.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과 방과후 학교 과정에서 진행되던 선행학습이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 제도는 학원이 아닌 학교에만 적용되는 원칙이다. 학교에서는 수행평가계획을 세울 때 교육과정 진도에 한주라도 앞서면 안된다는 선행학습 금지 원칙을 준수하라고 한다. 이것을 지키지 않으면 감사대상이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실제로 아이들은 학원에서 현교육과정보다 훨씬 더 앞선 선행학습을 하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과도한 사교육비로 학부모들 역시 큰 부담을 받고 있다.

학원의 선행학습으로 인한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학교에서 공교육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다. 대부분의 초등학생들이 4,5학년부터 중학교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6학년 2학기면 고등학교 수학을 시작한다. 이렇게 해야만 중학교,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공부를 잘하고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다는 학원과 부모에 반항하지 못하고 그냥 묵묵히 학원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학원에서는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들이 잘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 하루에 100개 이상 영어 단어를 외우게 하고, 수학 문제집을 5장 이상씩 과제로 내주고 있다. 영어, 수학을 제외하고 국어, 사회, 한자 등의 과목에서도 아이들은 엄청난 사교육을 받고 있다. 모든 것을 다 배우고 훨씬 높은 과정을 공부하였기에 공부의 흥미나 관심도가 많이 떨어지는 것이다. 학교에서 내주는 과제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있다. 왜냐하면 학생들의 학교생활 이후의 스케줄은 학원에서 만들어주고 그대로 따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이 과연 공교육을 위한 것인가? 사교육을 위한 것인가?

둘째,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 능력이 점점 줄어든다. 공부를 혼자 하지 못 할 경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학원이나 과외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하다고 요청하기 전에 선행학습으로 이해시키지 않고 암기시킨다. 학생 스스로 읽고 이해하는 공부가 아니라 강사의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공부를 한다. 그렇게 읽고 이해하는 경험이 점점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능력은 상실된다.

물론 모든 학생들에게 선행학습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현 교육과정을 이해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내용도 충분히 이해하는 상위 몇 %라면 선행학습이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선행학습을 하니까, 나만 안 하면 뒤쳐진다는 학원의 속임수에 선행학습의 무거운 짐을 지고 힘겹게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는 지금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세상이 너무나 많이 변하고 있으며 어제 알고 있던 것이 오늘은 필요가 없게 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또한 로봇의 등장으로 인간이 할 수 있는 직업에도 다양한 변화가 나오고 있다. 변화의 시기에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인생의 성공에는 정해진 코스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 너무 많은 시간을 그 코스를 따라 살아가느라 아까운 시간을 흘려보내는 경우가 있다. 인생은 변수로 가득 차 있다. 내가 생각한 길로 가지 못할 수도 있고 막상 가보면 실망스러울 수도 있다. 다양한 경험과 활동을 통해서 생각의 폭을 넓히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시절만이라도 자유롭게 자신의 꿈을 꾸며 다양한 책을 읽고 상상의 날개를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 “다른 모든 사람처럼 되되 더 뛰어나려고 기를 쓰는 교육에서, 개개인의 인성을 인정하고 자신의 고유 본성에 따라 자기 방식대로 배우고 발전하고 기회를 추구하는 그런 교육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