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애 진주 배영초등학교 교사
작가
‘올여름에 할 일은 모르는 사람의 그늘을 읽어 내는 일이다.’ 어느 작가의 글귀가 떠오른다. 초록이 무성한 강변을 거닐고 하루를 정리한다. 최근 등교수업과 원격이 병행되어 지속적인 교육 활동이 운영된다.
저학년과 고학년을 아우르는 입장이라 다양한 학년의 학생을 접한다. 감성과 이성의 경계선에서 어느 때는 마법에 걸린 듯 주문을 외우는 주술가 처럼 또 어느 시간에는 개그맨과도 같이 학생들에게 최선의 교수 기술로 응대한다. 그중 고학년 학생들과의 수업에서 느낀 경우이다. 노출된 미디어의 영향과 스마트기기에 길들어진 환경에서 오는 맹점을 발견한다. 아이들을 알고자 미디어의 예능프로그램에도 심취한다. 물론 그 정서에 공감을 하고자 청소년 감정코칭, 교육심리, 발달과업에 관한 다양한 책도 탐독한다. 그들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최선을 다하면 분명히 태도가 달라질 것이다. 친절하고 상냥한 촉촉한 언어인 저학년 교수법 용어로도 접근하고 때로는 단호하고 강한, 건조한 어투로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위 조절이 안 되는 일부 학생들 모습에 실망감을 준다. 주로 힘든 경우는 떼(群)와 또래로 무리 지어 달려드는 순간은 아주 가관이다. 물론 연필을 잡고 공책에 따라 적자라는 단순 제안에도 힘들어한다. 노랫말 작성이나 창의적인 글에는 더더욱 고통스러운 모습이다. 디지털 문화와 영상 시대의 환경이 낳은 이 시대 학생들 자화상이다. 그러나 다음 세대의 문제나 해결의 몫은 현장의 교육자가 갈 길이다. 분명히 나아질 것임을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희망 고문을 해본다.
지난 14일부터 개인형 이동장치(전동킥보드)를 운전할 때 헬멧의 착용이 필수 준수사항이라 한다. 그 후 매출이 저조하다는 관련 업주의 호소를 보도로 접한다. 아, 그렇구나! 교육 현장이 그러하듯… 오늘날 시대상도 그 모습이라 아주 씁쓸하다. IT 시대의 효율성과 속도감의 산출로 과정이 어떻게 되든 목적 달성만 하면 그만이라는 의식이다. 규정으로 헬멧을 착용하여 운전하니 덥기도 하거니와 그 번거로운 기구를 착용하는 시간에 그냥 더 좋은 조건을 선택해 결정하겠다는 의식이라는 뜻이다. 학교가 그러하듯 사회 역시 그러함에 피부로 느낀다. 번거롭고 귀찮고 내게 불편함을 자아내는 일은 더 생각할 일이 있어도 던져버리고 포기하는 경향이다.
디지털시대의 순기능 안에 기본이 되는 것은 반드시 지켜야 윤택한 삶이 보장된다. 다시 말해 이해와 소통, 공감, 사랑하는 힘, 기본 가치를 기저로 하지 않음은 이미 핵심이 없는 공수래 이다. 최근 새롭게 부상하는 질병이 저장장애와 소외불안 증후군이라는 것도 맥락을 같이 한다. 역시 영상과 디지털 문화가 낳은 사회적인 정신 질환이다. 이미 저장장애는 누구나 알고 있어 생략한다. 여기서 소외 불안 증후군은 SNS를 무분별하게 소통하다 보니 자신만이 뒤처지거나 소외되어있는 것 같은 두려움을 가지는 증상을 뜻한다.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뜻하는 것으로 영문 ‘Fear Of Missing Out’의 머리글자를 딴 ‘포모(FOMO)’와 일련의 병적 증상인 ‘증후군(Syndrome)’을 조합한 용어이다. 이러한 병폐를 희석하기 위해 반드시 인간성 교육, 즉 인성교육은 어릴 때부터 차근히 병행해야만 미래사회는 밝아질 것이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시대에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안내하는 구본권 저 어크로스 ‘로봇 시대의 인간의 일’에서 살펴본다. 그 책에 보면 사람이 중심이 되어 사랑 안에 인류가 생존하기 위하여 최고의 투자는 창의성과 호기심이다. 단지 이러한 디지털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인간 최고의 능력은 ‘사랑의 힘과 질문하는 능력’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4차 산업혁명이 세계화,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지구 온난화 등 자본주의 사회의 기술발달에서 일어난 배경임을 주지하는 바이다. 과거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의 기술발달과 그에 따르는 미래 역량이 성큼 다가왔다. 무엇보다 고도의 좋은 기술과 인간 간의 상호작용에 어떻게 작용하고 응대하느냐 하는 문제만 남은 것이다. 그러한 관계에서 세상을 바꾸는 힘은 인문학적인 통찰력과 커뮤니케이션의 효율 안에서 작동이다. 오늘도 아이들에게 사랑하고 질문하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웃고 떠들고 공감하고 수용해 시원한 그늘처럼 다가간다. 정호승 시인의 글귀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 작가 이력: 2005년 시조 문학 등단.
* 발간한 도서: 2011년 시사집 『꽃등』, 2019 소설집 『그 큰사랑』, 2020년 소설집 『The Level』, 『카카오톡으로 날아온 730일간의 사랑』(한글판, 영문판), 『COVID19 교육혁명의 꽃은 기본(교육 가이드북)』 발간
* 관련 사이트: 책과의 만남 길, http://contentsmall.kr/main/index.html
* 현 한국(경남)문협, 진주문협 회원
* 성장과 배움을 공유하며 다음 세대들과 소통하는 교사로 세상의 나눔과 공감을 가치로 여겨 연구하고 공부하는 사랑을 전하는 꽃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gif)
.jpg){kind=small}
.jpg)
.jpg)
.jpg)
.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