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은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먹거리의 미래를 배우고 실천하는 먹거리 생태전환 교육의 하나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을 목적으로 채식급식을 시행하기로 했다. 관내 모든 학교가 이달부터 월 2회 ‘그린 급식의 날’을 운영해 학생들에게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교육당국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의견도 있으나, 성장기 육류 미섭취로 인한 영양소 부족, 실질적인 탄소 저감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특히 축산업계에서 즉각적인 반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채식 급식 도입 배경에 대해 “건강문제와 기후 위기를 인식해 채식을 선택하는 청소년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학교 급식은 육식 위주”라며 “이는 불평등과 인권 침해 요소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한 채식은 탄소 저감뿐 아니라,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비만 등을 겪는 사람이 채식을 하면 LDL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혈관질환을 예방할 수 있으며, 아토피피부염, 천식 등 알레르기질환 개선에도 효과가 있다.
그럼에도 채식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채식급식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영양을 골고루 섭취해야 할 성장기 학생들이 의무적인 채식 급식으로 인해 영양 불균형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족한 영양소를 채우기 위해 두부, 콩고기 등 대체 식품을 사용한다고 했으나, 필수 영양성분 중 비타민 B12 등은 소, 돼지, 닭 등 동물성 식품에만 존재하며 칼슘·철분·아연 또한 채식만으로 충분히 섭취하기 힘들다. 건강한 식문화 조성을 위해서는 육류 섭취를 제한할 것이 아닌 과자나 탄산음료 등의 섭취량부터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축산업계는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육류 섭취를 제한한다’는 취지 역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국내 탄소배출량 중 축산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4~5% 수준임에도 단순히 해외 사례를 따라 무리하게 채식급식을 추진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업계 자체적으로, 또 정부와 함께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책이 추진·시행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입장이다.
채식급식 시행으로 환경 문제, 학생들의 환경·생태 인식 및 가치관 형성 혹은 변화, 그리고 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이뿐 아니라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을 통해서도 사회에서의 채식에 대한 인식 수준을 알아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서 앞으로 교육계에서는 환경 교육과 세계 시민으로서의 환경문제 인식 수준에 대한 교육을 어떤 방식으로 이어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또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는 성장기 학생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성이 있는 대안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학생들에게 행동만 요구해서는 안된다. 학교 구성원, 시민과 사회와의 충분한 소통이 필수불가결한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이며, 이를 두고 이뤄지는 소통의 과정과 협의, 협력의 과정 역시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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