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갈수록 수업하는 것이 어려워집니다. 흥미로운 동기유발을 위해, ‘신혼여행으로 여러분이 가장 가고 싶은 곳은 어디입니까?’라고 운을 뗐지요. 그랬더니 아이들은 대답이 없습니다. 간단한 대답도 아이들은 귀찮아합니다. 수업이 일방적이 되는 것은 곤란하니 가급적 대답을 해달라고 애원과 협박(?)까지 총동원합니다.” 이는 어느 고등학교 선생님의 고민을 옮긴 글이다. 그런데 어느 날 또다시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졌다. “저의 이런 애원에 어느 날 아이들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그냥 그전처럼 혼자서 수업하세요. 어차피 들을 애들은 듣고 안 들을 애들은 그래봤자 안 들어요!’”
그렇다. 수업 참 힘들다. 요즘 교사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교실을 고민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교사들은 고백한다. 자기가 한 수업은 교사 중심 수업의 전형이었다고. 자기의 수업을 돌이켜보면 거의 대부분 혼자 설명하는 식이었다고. 이렇듯 한국에서 교사 중심 수업이 주도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학생과의 교섭과 타협, 협상의 과정에서 빚어진 묵시적 함의와 선택의 결과라는 어느 교수의 지적은 시간이 흘러도 두고두고 곱씹어볼 대목이다.
누군가 교사들에게 왜 이런 식의 교사 중심 수업을 하냐고 물어본다면 주당 한 시간 수업에 주지적 내용이 많은 단원이었기 때문이라고 에둘러 핑계를 댄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 보면 사실 우리가 배움 중심 수업을 할 줄 모르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보고 배운 것은 거의 교사 중심 수업이었다. 언제 누군가 우리에게 학생 중심 수업을 가르쳐 준 적이 있는가? 하지만 냉철히 생각해 보면 이는 어쩌면 또 하나의 핑계인지 모른다.
위 선생님의 고민에 대한 이혁규 교수의 논의가 이어진다. “교육계에 소개되어 있는 수업에 대한 해석학적 개념으로 ‘암주식’ 수업 과 ‘암죽식’ 수업이 있다. ‘암주식’ 수업은 ‘암기 주입식’ 수업의 준말로서 우리나라 학교 수업이 의미 없는 암기와 주입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는 용어이다. 이에 비해 ‘암죽식’ 수업이란 어려운 내용을 학생들이 쉽게 암기할 수 있도록 ‘죽’처럼 만들어 쉽게 떠먹여 준다는 의미이다.”
『수업, 비평의 눈으로 읽다』 (이혁규, 2011) 라는 책에 나오는 내용이다. 10년 이란 강산이 바뀔 시차를 두고 있는 책이지만 여전히 우리 교단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수업을 성찰해 보려는 교사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하지만 교사 중심 수업에서 벗어나 학생이 즐겁고 활발하게 활동하는 수업으로 전환하는 일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만큼은 확실히 깨닫게 된다. 학생 중심 교수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일 못지않게, 그런 활동 중심의 교수법을 적용하게 되었을 때 학생들의 비협조와 부적응 문제가 교사를 더 힘들게 하기 때문이다.
교수-학습 방법의 전환, 그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2015 개정교육과정으로 인해 ‘과정중심평가’란 말이 화두가 되었을 때, “과정중심평가! 무슨 용어 하나는 그럴듯하게 잘 만들어낸단 말이야. 또 무슨 사람 귀찮게 하려고? 그냥 하던 대로 하면 돼!” 이렇듯 교사들의 불평은 처음부터 하늘을 찌르듯 하였다. 물론 그것은 교사들만의 잘못이거나 부정적인 접근 탓만은 아니다. 그간 교육정책 중에는 학교 현장과는 유리된 탁상행정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교사 자신의 실수와 실패를 지속적으로 수용해야 하며, 학생들의 비협조도 끊임없이 인내해야 한다. 수업, 이래저래 무척 힘들다. 수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하는 교사는 그래도 수업에 대한 연구 의지와 열정이 있는 교육자다. 하지만 그런 말로 스스로를 위로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그래서 ‘교사는 참고 인내하며 견디고 버텨야 한다’는 말이 함축적으로 전하고자 하는 바를 표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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