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
상생협력포럼 위원장
코로나19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많은 경제주체가 타격을 받고 있다. 대학도 예외가 아니다. 학생들의 등록률 저하와 유학생 감소 등으로 인한 수입 감소, 비대면 강의로 인한 비용 증가로 대학들은 심각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학들이 정부에 30조원의 재정지원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0여 년간 등록금이 동결되어 체질이 허약해질 대로 허약해진 한국 대학들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미래를 준비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대학의 경쟁력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때다.
한국에서 대학의 위기는 구조적인 문제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수능시험을 보는 학생들의 수가 전국 대학의 입학정원에도 훨씬 못 미치고 있고, 수도권 집중현상으로 지방대학들은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지 오래되었다. 중국 유학생마저 급감해 재정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 수도권 상위권 대학들은 등록금 동결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못 하고 있고 미래 신산업을 이끌어갈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어려워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 우수 인력의 대학원 진학률이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것은 우리 대학의 경쟁력 저하를 보여주는 한 가지 예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 대학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 교실에서의 주입식 강의가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면서 학생들은 자기들이 받아온 강의를 전 세계의 우수한 강의와 비교 평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지방대학의 학생 등록비율은 급격하게 낮아지고 있다. 사이버 대학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학생들은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대학체제는 산업개발 시대에 구축된 것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교육과 연구의 인프라가 되기 위해서는 구조조정과 대학 운영의 혁신적 변화가 요구된다. 우선 경쟁력이 없는 고만고만한 대학들의 퇴출로를 열어주어서 대학의 양적 공급능력을 줄이고 이들 대학의 자원들이 미래지향적으로 활용되도록 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까지 쥐꼬리만 한 보조금을 미끼로 유지해온 등록금 규제를 풀어 대학이 원가 경쟁이 아닌 품질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대학들은 스스로 변화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대학은 융복합화되어 가는 산업생태계에 상응하게 대학 내의 칸막이를 허물어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다면적 역량을 갖춘 인재를 키워내야 하며, 다른 대학이나 연구기관, 산업계와 지역사회와의 협력을 강화하여 교육과 연구 자원의 활용도를 높여야 한다. 그리고 변화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나가는 대학에는 시장과 사회가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코로나 사태는 미래가 어떻게 바뀌어 갈지를 한발 앞서서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나가기 위하여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로 구성된 한국판 뉴딜은 코로나 사태 이후의 경기회복을 도모하고 선도형 경제로 거듭나기 위해 160조의 예산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가프로젝트다. 그러나 한국판 뉴딜에는 대학이 빠져있다. 한국판 뉴딜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학에 대한 투자와 선진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미래는 지식과 사람에 대한 투자로서 결정된다. 수십조 원의 현금을 헬리콥터식으로 뿌리는 재정지원이나 10조원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건설에 비하여 대학에 대한 투자는 훨씬 적은 돈으로 더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 우리 대학의 구조적 문제를 풀어주고 대학의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본 기고의 저작권은 영남일보에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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