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 대학들이 수시 전형에서 자가격리 대상자의 면접이나 실기시험 및 논술고사 응시에 제한을 두고 있어 수험생들 사이에서 “자가격리 대상자가 되면 수시생은 자동 탈락”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논술전형은 수능이 끝난 직후 주말인 5일부터 시작된다.
교육부는 권역별 고사장을 마련하고 자가격리자의 응시를 최대한 지원한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대학들은 감염 위험과 인력 부담 등을 이유로 실기나 면접시험 진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수능 이후 논술이나 면접 등의 전형을 치르는 수험생과 학부모들 역시 불안감을 호소했다.
서울 노원구에 거주하는 음대 준비생 학부모 정모 씨는 “수능이 끝나면 실기생들은 그때부터 쉬는 날 없이 하루 종일 학원에 가야 하는데 걱정이 많다”며 “수능 볼 때도 누구랑 접촉할지 모르니 불안하고, 우리는 수능이 중요한 게 아니라 1월 실기가 끝날 때까지 조심해야 해서 속이 탄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지난달 실시한 음악대학 실기고사와 미술대학 실기평가에서 자가격리자의 응시를 제한했다.
서울대 입학처 관계자도 “실기평가의 특성상 권역별 고사장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화여대 무용과, 동국대 체육교육과, 한양대 음악·연기·무용 관련 학과 등은 자가격리자의 실기고사 응시 불가 방침을 밝혔다.
홍익대, 이화여대 등 대학들은 면접일을 기준으로 3일 전 자가격리를 통보받은 학생까지만 면접 응시가 가능하다고 공지했다. 면접 이틀 전 자가격리자가 되면 자동 탈락인 셈이다.
한양대는 논술 고사를 응시하는 자가격리자에 대해 권역별 고사장을 운영할 계획이다. 다만 시험 전날 자가격리 통보받은 학생에 대한 별도 고사실 운영은 내부 논의 중이다.
대학들이 권역별 고사장 활용에 소극적인 이유는 크게 비용 부담, 시험지 보안·운송 문제, 권역별 고사장 감독관 파견 등으로 구분 가능하다. 수험생들의 ‘기회 보호’가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짊어져야 할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큰 부담을 지는 수험생들의 입장은 여전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방역에 만전을 기하고 있지만 거대 밀집 인원이 발생하는 고사장에서 확진자와 자가격리자가 얼마나 나올지 아직 가늠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험생들은 ‘안전’을 담보로 입시를 치러내야 하는 것이다.
올해 고3 학생들은 원격수업으로 인해 학생부 기입에도 어려움을 겪었으며, 수능 외 실기시험을 치르는 예체능 수험생들에 대한 대책 역시 부재하다는 문제점을 꾸준히 꼬집어왔지만 정부와 교육당국은 가장 큰 연례행사인 ‘수능 방역’만을 강조하며 모르쇠를 일관하고 있다.
대학에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권역별 고사장’ 마련을 권고함으로써 역할을 다했다고 생각하는 정부는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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