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에서 헤게모니를 잡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은 범지구적으로 생사를 가르는 운명처럼 다가온다. 4차 산업혁명에서 인공지능(AI)분야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선진국들의 총력전을 보면 가히 짐작이 간다. 미래학자 폴 케네디(Paul Michael Kennedy 1945~ )는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는 사실 외에 확실한 사실은 없다”고 말한다. 이처럼 미래사회로 가는 길은 빠른 변화와 불확실성이라는 두 가지의 특성이 마치 쌍두마차처럼 질주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정치, 경제, 사회의 모든 분야가 혼돈과 정체 혹은 후퇴의 그늘에서 허덕이는 현재의 우리에게 과연 미래는 어떻게 다가올까?
미국의 경영학자 톰 피터스(Tom Peters)는 “벤치마킹(Bench Marking)의 시대는 갔다. 퓨처마킹(Future Marking)의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이미 15년 전에 한 말이지만 퓨처마킹이라는 말은 지금도 우리에겐 낯선 표현이다. 하지만 그의 말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왜냐면 우리는 벤치마킹이라는 한 가지 수단에만 집착하고 몰입해 왔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뛰어난 업적으로 인정을 받은 것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가치를 존속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지금 시대가 어떤 시대인가? 광속으로 변하는 세상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지 않은가? 흔히 우스갯소리로 “쌍둥이도 세대차가 존재한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교육도 예외가 아니다. 지금까지 현재의 선두만을 따라잡는 벤치마킹으로 일관해왔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이론과 실상이 현재에 맞지 않아도 아직도 관행과 익숙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19세기의 교사가 20세기의 교실에서 21세기의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해묵은 말이 버젓이 통용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 대안이 될 퓨처마킹이란 무엇인가? 이는 한마디로 말해 미래에도 통하는 경이로움을 창조하는 것이다. 간단한 예로써 지금의 2020년을 살면서 2030년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떻게 생활할지를 예측해서 행동하는 것이 다. 이는 교육의 참모습과도 상통한다. 교육이란 미래사회를 내다보고 그에 대비하여 퓨처마킹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이런 교육을 백년대계로 디자인하지 않는가.
퓨처마킹의 키워드는 아름다움과 다양성이다. 고인이 된 스티브 잡스는 아름다움을 경영철학으로 삼았다. 애플이 성공한 가장 큰 원동력도 ‘탁월한 아름다움’에 대한 집착이었다. 인간은 모습, 생각, 행동이 모두 다르다. 그런데 우수한 상대를 표적으로 끊임없이 벤치마킹을 하다 보면 결국은 서로 같아져 이른바 다양성이 사라진 획일화의 굴레에 빠지게 된다. 그런데 세상은 다양성과 창의성을 요구한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를 이루어야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그래서 아름다움을 창조하고 다양성을 추구하는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이것만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다. 이것이 퓨처마킹의 기본자세이다. 퓨처마킹 시대엔 우리에게 직업교육에 임하는 사고의 혁신을 요구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사라지거나 새롭게 생겨날 직업이 기존의 지형도를 상상 이상으로 바꾸어 놓을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앞으로 700만 개의 직업이 사라지고 대신 200만 개의 직업이 새로 생겨날 것이라 한다. 따라서 현재 학교에서 실행되는 청소년 직업교육은 미래의 관점에서 마음껏 상상하며 스스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 울타리 밖으로 나가는 삶과 연계된 교육이 중요한 이유다.
우리는 미래사회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능력을 필요로 한다. 과거와 현재의 성공 방식은 미래사회에선 쓸모가 없다. 이제는 선두를 따라잡는 벤치마킹이 아니라 지금은 낯설고 생소하지만 미래에 당연할 것들을 찾아내는 퓨처마킹이 절실하다. 그래서 현재의 익숙함과 당연함을 거부하고 미래에 당연해질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교육으로의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퓨처마킹, 이는 정해진 미래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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