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과거 한국의 경제적 성장이 눈부시던 산업화 시절, 일본 국민은 한국을 두 가지 관점에서 보았다. 하나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성장에 다소 경계하는 눈치였고 또 다른 하나는 무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당시 세계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이 한국을 무시한 것은 식민지배의 우월감에서 나온 것도 있지만 사실은 다른 데 있었다. 그것은 바로 한국인은 책을 읽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연유했다. 지하철에서도 책을 즐겨 읽던 일본인이었기에 그들의 우월적 자만심은 일견 타당한 면이 있었다. 그만큼 국민 독서의 힘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국가 간 경쟁력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견문을 넓히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간접 경험을 하게 되어 사고가 넓어지고 생각이 열리며, 이해력이 높아져 세상에 대한 생각능력을 키우게 된다. 그러나 우리는 독서가 그렇게 중요한 교육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서 독서 기술이나 독서법을 배운 적이 없다. 단지 교과서와 참고서를 통한 문제풀이였고 그로인한 지식은 단편적인 조각에 불과한 것이었다. 이는 마치 수영을 잘 해야 한다고 하면서 수영 기술을 가르치지 않는 교육과 같다.
독서를 국가의 경쟁력으로 간주하여 국민 독서 운동을 펼쳤던 나라가 있다. 바로 핀란드였다. 현재 그들의 위상을 보라. 우리가 부러워하는 많은 점, 예컨대 PISA 학습능력으로 세계 교육 1위, 선진복지국가 실현 등을 이루었다. 과거 핀란드는 650년간 스웨덴의, 108년간 러시아의 식민지였다. 2차 세계대전 후에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였고, 1990년대는 경제 불황으로 유럽의 문제아 취급도 받았다. 한반도 면적의 1.5배, 인구 550만, 국토 1/3이 호수인 이 나라는 국가 지도자들이 국가 경쟁력의 핵심은 독서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국민 독서 운동을 펼쳤고 현재는 그에 합당한 목적을 성취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그들이 어떻게 국민 독서 운동을 펼쳤을까? 핀란드의 가정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잠자기 전에 부모가 책을 읽어주는 것이 중요한 일과 중의 하나였다. 또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아이와 함께 지역 도서관을 방문하여 사서 교사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게 했다. 이렇게 핀란드 국민들은 독서를 일상생활로 승화시켰고 마침내 세계 교육 부문 1등 국가가 되었다. 학교에서는 독서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고 또 독서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이런 배경으로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 높은 국가 경쟁력이란 성과를 함께 이룬 것이다.
교육은 자존감을 살려주고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독서야말로 청소년 시절에 만들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습관 중의 하나다. 그런데 요즘 우리의 상황은 어떤가? TV나 라디오, PC 등 다양한 미디어로 인해 독서가 과거만큼 중요시 되지 않는다. 가뜩이나 책을 읽지 않는 우리에게 환경은 더욱 악화되어 간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누구나 코를 박고 스마트폰에 몰입해 있는 모습을 보라. 단순한 정보, 기사 검색은 독서가 주는 효과를 결코 얻지 못한다. 사물의 올바른 모습을 볼 수 없다. 오히려 정보가 너무 많아 사물을 이해하는 데 방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제 우리는 초중등교에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으라고만 할 게 아니라 수업을 통해서 책 읽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8할은 동네 도서관이다”고 했다. 학교가 학생들의 동네 도서관의 역할이 되어 스마트폰을 잠시 치우고 책을 읽는 독서 시간을 주어 독서 유도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한다. 청소년의 독서습관은 일생을 살아가는 큰 재산이다. 또한 정보습득 능력이 향상되어 학습능력도 동반 상승하며 창의력도 배가되어 다양한 역량을 확장시킬 수 있다. 한때 일본의 오만을 부끄럽게 하고 그들의 국가적 부를 능가하는 비결은 바로 독서습관 교육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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