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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학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교감

인공지능(AI)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은 인류 문명의 지형도 및 콘텐츠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서 세계 각국과 미래 학자, 전문가들은 저마다 AI 시대를 대비하는 전략에 국운과 생사를 걸고 유비무환의 자세를 가다듬고 있다. 얼마 전에도 세계적인 기업가 손정의 회장은 말했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공지능이다”고 말이다. 우리 정부도 “IT 강국을 넘어 AI 강국으로 가자”며 정책을 구체화했다. 이웃나라 일본은 일찍이 2015년에 인공지능에 기반한 국가교육개혁 조치를 단행한 바 있다. 미국은 글로벌 정상급 AI 인재의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중국은 11%나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대한민국은 고작 0.75%라는 보고가 있다. 이처럼 세계 강대국은 이미 AI 시대를 대비하여 한 발짝 앞서 나가고 있으며 실질적인 격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문가들은 AI의 핵심은 수학이라고 말한다. 수학 중에서는 선형대수학(線型代數學), 즉 행렬과 벡터다. 그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AI는 학습을 통해서 더욱 영리해진다. 그 과정이 행렬 계산으로 이루어지는데 입출력 데이터는 벡터로 표시가 된다. 선형대수학이 AI를 강력하게 만드는 매직(magic)인 것이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AI의 핵심 알고리즘인 심층기계학습(Deep Machine Learning)이 인간의 두뇌를 대체하고 있어요. 하지만 컴퓨터 성능과 창의력이 인간의 생각하는 힘을 따라가지 못해 설계나 최적화 과정에서 선형대수학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조원 나노종합기술원장은 “행렬‧벡터를 모르면 AI 주역이 될 수 없어요. 문‧이과 모두 수학이 중요한데 우리 교육은 거꾸로 가네요.”라고 안타까움을 토로한 바 있다. 그밖에 수많은 전문가도 AI를 대비하는 것은 수학교육에서 출발함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한다.

이에 반해 오늘날 한국의 교육은 어떤가? 전국단위 학력평가에서는 남녀 학생 공히 극소수인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고사시간에 잠을 잔다. 이른바 ‘수포자’인 것이다.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자. 2019년 6월에 치른 국립평가원 주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전국 중3의 수학 기초학력미달자(100점 만점에 20점 미만자)는 11.8%로 5년 전 5.7%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50점 미만자도 두 배로 늘었다. 이는 역대 최고치를 보여주었다. 앞으로 수학을 포기하는 학생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런 학생들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학교 지정 필수 수학교과의 단위만을 듣고 고교학점제 운영에 따른 학생들의 자유 교과 선택에서는 아예 수학은 전무할 정도다. 그래서 각 학교에서 수학교사는 이미 과원이 되어 제2교과(예컨대 미술 등)로 연수를 받고 지도과목을 아예 변경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여기에 더해서 퇴행적으로 나가는 우리나라의 고교 교육과정이다. 2020년도 3학년 학생들은 행렬과 벡터를 배우지 않은 세대이다. 명목상으로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2015 교육과정이 순차적으로 적용되면서 그들은 2018년부터 아예 교육과정에서 행렬과 벡터가 빠진 것이다. 반면에 아시아의 선진국 싱가포르는 두 가지를 전부 가르치고 있으며 중국 또한 AI 굴기를 선언할 정도로 행렬과 벡터가 기본이며 선진국인 미국, 영국, 호주도 사정은 예외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AI 강국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학교교육에서 수학의 위상을 재고해야 한다. 정시확대 조치로 짧은 시간 내에 많은 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 과거의 수업방식으로는 학생들의 흥미를 끌 수 없다. 한때 기대에 부풀었던 다양한 수학지도의 방식, 예컨대 스토리텔링 수학 등을 재고해야 한다. 그리고 상위권 대학부터 행렬과 벡터 교육을 필수과목으로 강화해야 한다. 내년도 국가예산(총 512조)에서 인재양성 투자액은 겨우 0.0025%인 130억이다. 세계 최고의 AI 인재 양성은 단지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국가는 백년대계인 교육에서 강력한 의지와 혁신을 보여야 한다. 왜냐면 인재는 저절로 키워지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