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풍연 대경대학교 초빙교수 역임, 現 오풍연구소, 오풍연닷컴 대표
이번 조국 사태에 대해 가장 분노하는 세대는 20대다. 그들은 조국의 딸과 같은 또래다. 누구는 아빠를 잘 둬 고등학교도, 대학도, 의전원도 그냥 들어가고 장학금도 척척 받으니 허탈하지 않겠는가. 서울대에서, 고려대에서, 부산대에서 촛불이 등장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니 당연하다. 젊은이가 불의를 보고도 덮는다면 말이 안 된다.
지금 여권의 주요 지지층은 20~30대다. 그들이 등을 돌리면 여권으로서도 심대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때문인지 문재인 대통령부터 20대 달래기에 나섰다. 그런데 또 유체이탈 화법을 썼다. 조국의 딸이 문제인데 대학입시 얘기를 꺼냈다. 얼마나 먹힐지는 모르겠다. 조국 사태가 터진 이후 문 대통령의 첫 언급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문 대통령은 1일 오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등 아세안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과 환담하는 자리에서 대학 입시제도 전반에 대한 재검토를 할 것을 주문했다. 특히 문 대통령이 ‘공정의 가치’를 강조하며 대입제도 재검토를 거론한 것은 조 후보자가 딸의 대학입시 관련 특혜 의혹 논란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뜬금없이 대학입시가 나올 리 없어서다.
문 대통령은 이날 “그동안 입시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못하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면서 “특히 기회에 접근하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 깊은 상처가 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2030세대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읽힌다. 왜 하필 대학입시 말을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주문은 조 후보자 딸 대입 논란에 대해 개인적 차원의 문제라기보다는 ‘제도적’ 한계에 따라 발생한 불가피한 현상으로 규정하고 일종의 선긋기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대신 조 후보자 임명은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셈이다. 조국을 살리기 위해 대학입시 문제를 꺼냈다고 할까. 오히려 혹을 떼려다 혹을 붙이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뒤 발끈했다.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고 꼬집었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논평에서 “조 후보자와 일가의 죄를 제도 탓으로 떠넘기는 매우 비겁하고 교활한 발언”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도 “느닷없이 대학입시 제도를 가져와 조 후보자 의혹과 국민의 공분에 이렇듯 ‘물타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유감”이라고 거들었다.
20대는 여론조사에서도 여권에 등을 돌리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율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뜻이다. 리얼미터가 최근 조사한 데 따르면 8월 1주차 조사 때는 20대(19~29세)에서 긍정 평가(51.2%)가 부정평가(44.4%)보다 더 높았다. 하지만 8월 4주차 조사 때는 부정 평가가 55.5%까지 상승했고 긍정 평가는 39.9%로 떨어졌다. 여권이 화들짝 놀랄만한 수치다.
대학입시 제도 개선은 눈가림에 불과하다. 보다 근원적인 문제를 짚어야 한다. 공정 가치 훼손은 문재인 정부가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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