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세원고등학교 교감
한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의 하나가 세종대왕이듯이, 미국인들이 가장 존경하는 자국의 인물로 링컨(Abraham Lincoln 1809~1865)을 뽑는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링컨은 미국의 제16대 대통령으로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노예해방을 가져온 역사적으로 매우 교육적인 인물이다. 그는 가난 속에서 스스로 배움을 찾아 자수성가한 변호사이기도 하다. 정치적으로도 입지전적인 인물로 숱한 낙선이란 고비를 극복하고 마침내 대통령에 극적으로 당선되어 재기한 소위 칠전팔기의 오뚝이와 같은 상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데 필자는 왜 19세기 미국의 정치인을 우리 교육에 소환하려는 것인가?
일찍이 링컨은 “내가 나무를 8시간 베어야 한다면 6시간은 도끼를 가는 데 쓰겠다”고 말했다. 이른바 ‘8시간의 법칙’의 주인공이다. 이는 한 마디로 일에서 최대한의 효율을 만들려면 반드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보다 훨씬 앞서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공자는 ‘인의 실천’을 가르침으로 전했다. 『논어』의 20가지 제목 중 하나인 ‘위령공’ 편에는 제자 자공이 ‘인’을 행하는 방법을 묻는다. 이에 공자는 ‘장인의 일’이라는 가장 실용적인 비유로 “장인이 일을 잘하려면 반드시 먼저 연장을 다듬어야 한다(공욕선기사 工慾善其事, 필선리기기 必先利其器)”라고 설명했다. 그만큼 전문가에겐 합당한 준비가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세계에서 국민행복지수 1위를 자랑하는 덴마크는 초등학교 6년과 중학교 3년, 총 9년 내내 ‘같은 반, 같은 담임’이라는 오랜 전통이 있다. 비록 요즘은 3~6년이 지나면 바뀌는 경우도 늘어났다지만 한번 같은 반이 되면 몇 년씩 유지되는 시스템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처럼 담임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덴마크에서 교사란 부모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엄마, 아빠처럼 관심과 사랑을 주니까 그만큼 학생과 학부모들이 만족하지요. 우리는 담임교사가 학생, 부모와 자주 대화해서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과 장단점을 모두 파악하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렇게 학생 한 명 한 명을 교육하면 아이들과 선생님 사이에 강한 친밀감이 생겨서 정말 서로를 자식과 부모처럼 느낍니다”라고 수도 코펜하겐의 어느 공립학교 교장은 말했다(오연호, 『우리도 행복할 수 있을까』)
이 같은 사실은 공립학교 교사들의 교원노조가 정부와 갈등으로 한 달 이상 수업을 중단하던 일화에서도 증명된다. 덴마크 정부는 교사가 같은 과목을 매년 반복적으로 가르치니까 수업 준비시간을 단축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교사들은 반대했고 이에 항의하기 위해 수업까지 거부했다. 시위에 나선 교사들은 “교사가 즐거워야 학생들도 즐겁습니다. 우리가 충분히 공부를 해야 학생들을 쉽게 가르칠 수 있고요. 매년 똑같이 가르친다면 우선 교사가 먼저 지루하고 즐겁지 않을 겁니다. 그러면 학생들도 즐겁지 않겠죠.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아야 학생들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칠 수 있지 않겠어요? 따라서 충분한 수업 준비시간이 보장돼야 합니다.”라고 대응했다. 이것이 ‘9년간 같은 담임’이 통할 수 있는 덴마크만의 교육 비결인 것이다.
반면에 우리는 어떤가? 교사가 학생들에게 안정감만 준다면 학교생활은 양자에게 꽤 지루한 시간 운영이 될 것이다. 여기엔 교사들의 구태의연한 익숙함으로부터의 탈출이 요구된다. 오랜 수업 준비시간을 통해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그 새로운 것을 매년 성장하는 학생들과 함께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는 양립(兩立)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안정과 혁신이 함께 조화를 이루어 가기 위해선 ‘8시간의 법칙’에서 찾아야 한다는 교훈이다. 그래야 교사와 학생이 교육 현장의 당당한 주체가 되고, 단 한 명의 패배자(루저)도 없는 학교가 될 수 있다. 안정과 혁신! 이를 동시에 추구하는 학교만이 성공하는 학교의 비결임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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