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학교업무 분장 때는 모든 중·고등학교가 직면하는 공통된 어려움이 있다. 바로 누가 학생부(학교생활안전부) 업무를 담당하느냐다. 심혈을 기울여 거의 모든 업무 분장이 끝나가도 마지막 날까지 미결정의 상태로 남는다. 그만큼 학생부장(학교생활안전부장)과 학생부 소속 업무에 희망자가 거의 없기에 그렇다. 어쩌다 자원하는 사람이 나서면 이는 심봤다 싶을 정도로 하늘이 도운 감읍(感泣)할 일이다. 이때 그 당사자는 진짜 존재감이 빛나는 참스승으로 비춰진다. 왜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일까?
이는 오늘날 학교 교육이 힘들고 어려운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다. 혹자는 과거 재래식의 훈육방식이나 체벌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일갈한다. 갈수록 학생들은 예의 없고 규칙을 지키지 않아도 달리 지도할 방식이 없어 학교는 거의 무정부 상태로 지나는 경우도 있다. 어쩌다 엄격한 생활지도를 실시하면 학생과의 갈등은 필수요, 나아가 학부모의 민원과 싸워야 한다. 그리곤 각종 교권침해나 부당한 간섭, 민원에 따른 교육력 낭비는 비일비재하다. 그렇다고 아노미 상태인 학생들의 행위를 눈감고 지날 수는 없지 않은가.
최근에 중·고등학교는 학교 생활규정의 완화가 획기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두고 학생인권의 개선이라 환영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교육 목적상 학생의 안전을 지키고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몇 가지는 결코 느슨할 수 없다. 하지만 굳어진 잘못된 관행과 무관심한 가정교육으로 학교에서 쉽게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등교 시 슬리퍼 착용 금지’나 ‘현란하게 머리 염색하지 않기’, ‘눈에 거스르는 사복 입고 등교하지 않기’ 등등의 위반자를 지도하기가 쉽지 않다. 여기엔 학생들의 ‘배 째라 식’ 행동이나 무개념적 사고, 청소년기의 일탈감에 대한 충동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부터 중등학교 현장은 ‘회복적 생활교육’이 화두다. 이는 가해자와 피해자, 그리고 공동체 모두의 관계성을 새롭게 회복시키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갈등 상황이 발생하기 이전에 교사, 학생, 학부모의 소통과 관계성을 견고하게 다져 평화로운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여기엔 무엇보다도 먼저 교사들의 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져야 함을 요구한다. 즉, 학생들을 고유한 존재로 바라보고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먼저 사용하는 언어부터 달라져야 한다.
바로 여기에 ‘비폭력 대화’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이는 자기의 욕구와 상대방의 욕구를 동시에 만족시키기 위한 평화로운 대화법을 말한다. 보통 ①사실 관찰, ②느낌, ③욕구/필요, ④부탁의 네 단계가 요구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훈계하는 말투를 버리고 ‘사실 그 자체’에 집중하여 말하는 것이 비폭력 대화의 시작이다. 예컨대 “너 오늘 지각했구나!”라는 비난의 감정이 실린 말 대신 “네가 오늘 10분 늦게 왔구나”라고 말해야 한다. 그리고 “선생님은 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무슨 사고라도 났는지 걱정했어”라고 느낌을 말해야 한다. 그런 다음 상대방의 욕구를 확인하고 자신의 요구를 전달해야 한다. 이때 어떤 학생이 습관적으로 지각한다면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것인지,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서 그런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불가피하게 지각하게 된다면 선생님에게 미리 연락을 해라. 그래야 선생님이 걱정하지 않지?”라고 부탁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처럼 ‘지각’이라는 행위 자체를 비난하는 폭력적인 대화가 아니라 해결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비폭력 대화가 중요하다. 이를 통해 교사와 학생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학생들은 ‘자아 존중감’을 느낄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상처 받기 쉬운 청소년 시절에 뿌리 깊은 상처에서 회복하는 방법이다. 만사 그러하듯 비폭력 대화 역시 교사의 인내와 학생을 존중하는 마음의 실천이며 이것이 바로 올바른 교육으로 가는 사도(師道)의 실행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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