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의류회사 유니클로가 코로나19 확산 방지대책의 하나로 일본 학생 및 교직원 등에게 마스크를 지원하는 사업에서 외국인학교를 차별했다는 주장이 지난 달 조선신보를 통해 제기됐다. 조선학교가 사업 신청 관련 유니클로 측에 문의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학교는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는 것이다. 이후 조선신보의 추가 질의에 유니클로 측은 외국인 학교도 지원 사업의 대상이며, 혼란을 야기한 점에 대해 사과의 입장을 밝힘과 동시에 직원의 단순 착오임을 강조하였다.
그럼에도 해당 매체는 신청 양식에 외국인 학교를 묻는 양식 자체가 없었음을 지적하며 외국인 학교, 특히 조선학교를 고의적으로 배제했던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지난해 3월 사이타마시가 관내 유치원과 보육원 등에 마스크를 지급하는 과정에서 조선학교 유치부를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일본 내 조선인 학교에 대한 차별 논란이 종종 벌어졌기에 해당 매체의 의혹 제기가 일리 없어 보이진 않는다.
며칠 후 조선신보는 유니클로가 마스크 기증 대상에서 제외했던 조선학교 등 외국인 학교에도 마스크를 기증하기로 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도 약속했음을 전했다. 유니클로가 말로만의 사과에 머물지 않고 사후적 대책을 신속히 실행했다는 점은 그나마 다행스럽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 정부의 재일 조선학교에 대한 차별은 현재진행형이다. 유아교육․보육 무상화 지원 대상에서 조선학교 계열 유치원을 배제하였고, 작년 코로나19 관련 ‘학생지원 긴급 급부금’ 정책에서도 재일 조선대학은 제외됐었다.
이 같은 차별과 배제의 문제가 일부 국가나 기업에 국한 돼 나타나는 건 분명 아니다. 차별과 불평등, 배제와 혐오의 사회적 병리현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는 경고는 오래 전부터 제기돼 왔다. 인터넷 상에서 난무하는 극단주의적 혐오와 대립, 직장 내 성차별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차별, 진보와 보수의 진영 간 갈등과 세대 간 갈등 등을 지속적으로 방치할 경우 우리 사회는 불안과 증오, 폭력이 난무하는 치유 불가능한 상태에 빠져들게 될 것이다.
분노와 혐오, 차별이 창궐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의 부재, 각자도생의 생존주의, 약육강식의 경쟁체제, 박탈감과 우열의식, 두려움과 공포의 투사, 불평등의 공고화, 과도한 능력주의 등이 원인들로 지목된다. 김윤태 고려대 교수는 이러한 차별과 혐오의 양태를 ‘자전거 타기 반응’으로 설명한다. 위로는 고개를 숙이고 아래로는 발을 굴려 짓밟는 행위, 즉 개인이 처한 불행의 원인을 사회구조나 기득권에서 찾지 않고 오직 약자에게서 찾는다는 것이다.
차별과 혐오의 기제를 바로잡고 개개인의 깊은 내면에 있는 상처를 싸매어 주며 가능성과 희망을 찾아 주기 위해 무엇보다 교육의 역할이 중요하다. 즉 전 생애동안의 민주시민교육이 절실하다. 민주시민교육은 주체로서의 시민이 민주주의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이끈다. 민주시민교육은 차별과 배제가 없는 ‘인권중시사회’를 지향한다. 민주시민교육은 타인의 권리와 존엄성을 존중하고, 다원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며, 약자를 보호하고 정의와 상생의 원칙에 따른 협력과 연대의 가치를 가진 시민 육성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민주시민 육성 프로젝트가 학생의 때만으로 국한되지 않고 생애주기별 맞춤형으로 추진돼야 함은 자명하다.
사회적 정의가 추구되고 실현되는 일상의 민주화는 전 생애적 민주시민교육으로 이룰 수 있다. 이로써 불평등과 배제, 혐오로 인한 혼란과 무례함의 일상이 극복될 수 있다. ‘민주시민’ 교과의 한 단락에 ‘얀테의 법칙’에 대한 설명이 삽입되었음 한다. 알브렛슨은 친구가 큰 집을 갖고 있어도 그 친구의 자녀가 좋은 대학을 다녀도 부러워 않는 덴마크인들의 태도와 관습이 ‘얀테의 법칙’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 중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잘났다고 착각하지 말라는 네 번째와 다른 사람을 비웃지 말라는 여덟 번째 법칙이 와 닿는다. 모든 사람이 특별하고 소중함을 강조하는 ‘얀테의 법칙’이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구현됨으로서, 우리 사회가 사적인 성공을 위해 타인을 배제하기보다 느긋하게 함께 어울리며 평등을 누리는 공동체로 나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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