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인간은 자연의 일부다. 자연에는 4계절이 있고 그 계절에 따른 만물의 탄생과 성장, 쇠퇴, 소멸이 있다. 따라서 인간도 자연의 법칙에 따라 탄생과 성장, 쇠퇴 그리고 죽음의 과정을 거친다. 이는 당연히 인간이 하는 일, 직무(職務)에도 적용이 된다. 그래서 평가의 과정을 거쳐 성장과 퇴장을 거치게 된다. 특히 높은 생산성을 목표로 하는 기업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인간을 교육하는 교사조차 평가를 벗어날 수 없다. 매년 학년말에 교사의 직무 평가, 즉 동료에 의한 다면평가, 관리자에 의한 근무평가가 그것이다.
학교와 교사에 대한 평가는 매년 논쟁이 치열하다. 다행히 학교 평가는 자율성을 부여하여 자체적으로 실행하도록 정착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교원평가이다. 최근에는 교원능력평가에 대한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그 시행 여부와 방법에 대한 논의가 일고 이의 개선을 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다. 여기엔 줄기차게 반대해 온 교원단체의 저항이 있었다. 어쨌든 현재는 서두와 같이 교사의 직무 평가는 피하기 어렵다. 대다수의 교육 수요자가 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떤 평가인가? 평가의 현황과 문제점들을 집어 보자.
평가는 필수적으로 충족시켜야 하는 것과 예측 가능한 요구 사항이 있다. 이를 구분하여 정량(定量)평가와 정성(定性)평가로 나눈다. 정량평가의 경우 큰 테두리 내에서 세부 사항은 다면평가위원회(또는 인사위원회)가 전 교사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별로 작성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독일의 화학자 리비히(Justus von Liebig, 1803~1873)의 최소율의 법칙(Law of Minimum)의 적용을 받는다. 이는 원래 식물의 성장은 풍족한 영양소에 지배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영양소에 의해 성장 전체가 지배된다는 이론이다. 이처럼 평가의 한, 두 영역에 있어 저조한 점수가 전체적인 평가의 등급을 저하시킬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학교에서는 교사의 수업 시수의 많고 적음, 교사가 기피하는 특정 업무 담당에 따라서 정량평가 점수 차가 벌어지게 된다. 물론 이런 물적(物的) 인프라 이외에 교직관과 사명감, 인성적 평가 등 교사의 인적(人的) 인프라인 정성평가에 의해서도 달라진다.
최교수(2019)는 <교육의 품격>에서 오르막 도로에서 교육자가 위치한 지점을 두고 “오르막 도로 근처에도 없는 무늬만 스승인 척하는 사람이 있고, 오르막 도로 입구에서 잘 가르치는 모범적인 스승이 있으며, 중턱에 자리 잡아 잘 가르치기도 하고 가정과 주변 동료 사이가 원만한 스승도 있고, 오르막 제일 위에 있어 앞의 두 스승의 조건을 충족하고도 사회에 공헌하는 바른 제자를 키워내는 스승이 있다. 애국하는 제자를 양성하는 스승은 그 누구와 비교할 수 없는 진정한 스승이다”라고 스승을 분류, 평가하고 있다.
교직에서 흔히 회자(膾炙)되는 이야기가 있다. 10년 차 이내 교사는 학생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을 이해시키기 위해 어려운 것 위주로 가르치고, 20년 차 이내 교사는 꼭 알아야 할 중요한 것 위주로 가르치며, 30년 차 이내 교사는 생각나는 것만 가르친다는 것이 그것이다. 문제는 어려운 것, 중요한 것, 그리고 생각나는 것이 무엇이든, 그 가르침의 과정에 교사가 힘들지 않다면 제자의 등급은 내려간다는 것이다. 이 또한 교사의 완곡한 평가에 속한다.
교사의 직무는 사도(師道)라 별칭 된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한 온라인 수업으로 교사의 민낯이 드러났다. 이는 마케팅 분야의 ‘진실의 순간(The moment of truth)’과 같다. 즉, 교사의 단편적인 행위가 교사 전체의 평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학부모는 보다 친절하고 자상한 교사, 피드백을 잘 하는 교사를 원한다. 이렇게 현실에선 평가의 기준이 바뀌어 이제 교사는 좀 더 만족스런 사도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따라서 학생과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교학상장(敎學相長), 스승보다 나은 제자를 육성하는 청출어람(靑出於藍)이 사도를 대변하는 직무 평가로 재확립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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