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오전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교육시설재난공제회관에서 한국학원총연합회와 간담회를 진행했다. 개학일이 3주나 연기되고, 전국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기업과 공공시설을 기점으로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학원은 정부와 학부모 사이에서 눈치를 보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상당수 학원과 개인교습소가 휴원하지 않고 운영을 계속하고 있어 학교 휴업이 무색해졌다.
정부는 많은 수의 학생들이 오가는 학원에서의 집단 감염 위험에 대한 우려가 높고, 스터디카페의 경우에는 그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판단해 지난 2주 동안 적극적인 휴원 참여를 권유했다. 스터디카페는 학생 뿐 아니라 성인도 사용하는데다 교육 당국의 영업시간 규제 및 시설·인력·교습비 관리 대상에서 제외되어 코로나19 바이러스 사각지대로 지목받고 있다.
현재 서울의 대형 학원의 경우 15일까지는 휴원에 동참하기로 했다지만, 입시 특구로 알려진 대치동이 위치한 강남·서초지역의 휴원율은 26.4%로 가장 낮았다. 서울 지역 전체 2만5,230곳 중 9,118곳으로 휴원율은 36.1%로 전날 보다 소폭 상승했다. 중소학원 역시 임차료와 강사료 지출과 학생, 학부모의 개원 요구에 불가피하게도 휴원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단지 학원의 이기적인 욕심이라고 보기 어렵다. 최근 몇 년 사이 학원에 의지하는 모습을 보이는 교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원에 가서 배워 오라’, ‘학원 진도에 맞추겠다’고 말한다는 교계의 현실이 흉흉한 소문처럼 떠돌았다. 교사가 이러한데 학생과 학부모는 어떠하겠는가. 학교는 휴업을 해도 어차피 공부는 학원에서 했고, 교육부가 수업시수에 관한 자세한 안내도 따로 내놓지 않고 있어 불안한 학생들은 학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물론 현재는 학생 보호와 안전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학원은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되어 국가에 민폐를 끼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협력해야할 것이다.
한국학원총연합회는 지난 9일 진행된 유은혜 교육부 장관과의 간담회를 통해 “정부의 임차료·강사료 지원, 소독제·체온계 등 방역 물품 지원, 대출 시 우대 방안”을 요청하고, “15일까지 휴원에 적극 동참하고, 그 다음 주부터는 탄력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유 장관은 “학원 지원 방안에 대해 관계부처와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면서도, 3월 셋째주의 학원 휴원에 대한 탄력적 운영 여부에 대해서는 “이번주까지 코로나19 상황 변화와 방역 당국의 판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검토하겠다”며 선을 그었다.
우리나라의 뜨거운 사교육 열기는 코로나19 바이러스도 꺾지 못한 현실이 황당하면서도 안타까울 뿐이다. 이번 사태로 드러난 여러 문제들을 교육부는 세심하게 체크하여 전화위복 삼기를 바라며, 우선적으로 학원 측과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여 학생들의 안전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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