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학년도 대학입시를 보는 학부모과 학생들의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일류 대학의 논술전형에 대한 불만이다. 문제 수준이 예사로 고교과정을 뛰어넘다 보니 수리논술은 고교교사들도 풀지 못할 정도이고, 인문계 학생들에게는 해독이 난해한 외국학자 논문을 지문으로 내는 대학도 있다고 한다.
수험생과 지도교사들이 한 목소리로 지적하는 것은 지나치게 어렵다는 것이다. 가령 수리논술의 경우 공과대 1, 2학년 과정에서 배우는 고난도 문제가 출제돼 웬만큼 준비한 학생들도 한 두 문제 풀기가 빠듯할 정도라고 한다.
또 인문계 수험생들은 해독조차 되지 않는 난해한 외국학자 글을 읽고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이수한 학생이 손도 못 댈 정도의 시험이라면 단단히 잘못됐다.
논술 전형은 경쟁률이 보통 100대1을 넘는 데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이 너무 쉽다 보니 변별력이 떨어져 ‘어려운 논술’은 불가피하다는 게 대학 측 해명이다. 물론 대학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우수학생을 원하는 대학의 입장은 비난할 일이 아니다.
또한 수능과 내신만으론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려워 논술비중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다만 이것이 공교육을 흔드는 결과가 돼서는 곤란하다. 특히 논술이 ‘변형본고사’라는 지적에 귀기울여야 한다. 대학마다 입시안 내용이 다른 것도 혼란스러운 대목이다.
더구나 대학들은 이른바 ‘통합교과형 논술’을 치르겠다고 제시하고 있다. 이는 여러 교과에 대한 실력을 한꺼번에 가늠할 수 있는 것으로, 고교에서는 가르치지 않는 분야다. 창의력과 사고력을 측정하겠다는 게 대학의 설명이지만, 결국 수능과 내신에 이어 학생들의 등에 무거운 짐을 하나 더 얹는 셈이다. 학생들의 학원 의존도가 크게 늘어날 것은 뻔한 일이다.
이런데도 교육당국은 팔짱만 끼고 있다. 이래서는 사교육비 경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새 대입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되레 갈팡질팡하는 정책으로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대학입시는 학생선발 수단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교육이다. 교육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논술을 둘러싼 논란이 또 하나의 ‘대란’으로 비화되기 전에 대학과 교육당국이 먼저 나서야 한다. 다행히 아직 시간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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