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관련 누리과정 예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대학구조조정, 국가교육위윈회 신설 등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 산재해 있다. 그 중에서도 현재의 교육부를 폐지하고 개헌을 통해 국가교육위원회를 구성해야 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개헌론과 맞물린 국가교육위원회 신설과 교육계 전반에 걸친 사안들을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교문위) 위원장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알아보았다.
- 누리과정 예산,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대학구조조정 등 사안마다 만만치 않은 사안들이 산재해 있는데. 교문위 상임위원장으로서 각오와 포부 한마디 해 주시죠.
교문위는 전통적으로 첨예한 대립이 계속되는 많은 상임위입니다. 파행을 거듭하는 경우가 잦아 국회에서 가장 불량한 상임위라고 평가받기도 했습니다. 파행과 대립이 잦다는 것은 민생과 직결되는 현안이 많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더욱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조정자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교문위를 가장 생산적인 상임위로 만들고 싶은 소망이 있습니다. 교육, 문화, 체육, 관광 모두 국민의 생활에 밀접하고 나아가 국가의 미래와 관련되는 매우 중요한 분야들입니다. 소통과 협치를 바탕으로 ‘불량한 상임위’라는 오명을 씻고 해결책과 대안을 제시하는 상임위로 만들어 나가겠습니다. 특히 공교육 정상화를 실현하여 국민 민생경제의 안정을 도모할 계획입니다.
제20대 국회는 3당 체제로 시작하는 만큼 일하는 국회, 생산적인 국회가 될 것이란 국민들의 기대가 많습니다. 과거 국회에서도 여소야대나 3당 체제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어 낸 사례가 많습니다. 이 기회를 살려 교문위도 올바른 방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상임위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 이런 주장을 하셨던데 그 배경이 좀 궁금하고 그 대안으로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그동안 교육부의 모습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가 많았습니다. 특히 교육부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하다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과과정과 교육정책이 오락가락했고, 일관된 교육정책을 추진할 수 없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고 헌법에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주성, 독립성 등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교육부의 발전적인 개편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교육부의 기능 중 많은 부분을 대학과 시·도 교육청 등에 이관시키고, 동시에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가칭 국가교육위원회로 개편하는 방안이 옳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교육부를 위원장의 정치적 중립과 임기를 보장하는 합의제 기구로 개편한다면 교육의 백년대계를 일관성 있게 수립하는 것도 가능할 것입니다.
이는 정부조직법 개정만으로도 가능한 일이지만, 개헌 논의 방향에 따라 헌법에 교육위 조항을 신설해 헌법기관으로 하는 것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임기 내에 이를 공론화 시켜 대한민국 교육정책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 보겠습니다.
- 교문위는 여야 간에 대치하는 해묵은 안건이 많습니다. 우선 누리과정예산편성과 비용을 두고 정부와 교육청의 대립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돌파구가 있는지 말해 주시죠.
작년에 이어 금년에도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사안입니다. 무엇보다도 누리예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가 책임을 다하려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본래 누리과정 예산은 가운데 보육, 어린이집에 해당되는 부분은 중앙정부와 일반 시군구가 부담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시·도교육청이 주관하는 교육재정교부금으로 모두 부담하는 것으로 바뀌면서 문제가 되었습니다.
당초 정부는 교육재정교부금이 49조원 정도가 확보되리라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정책이 실패하고 세수가 줄어들면서 10조원의 결손이 생겼습니다. 결국 부족분을 시·도교육청에서 부담하라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학교 시설개선은 물론 인건비 확보까지 시·도교육청의 여러 기능들에 심대한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 누리과정 예산은 법령을 개정하거나 예산을 심의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 발등에 떨어진 급한 불을 끄려면 추경에 예산을 포함하거나 예비비를 가지고서라도 중앙정부가 부담을 해줘야 합니다. 정부가 입장을 바꿔 누리예산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20대 국회 전반기 교문위의 첫 여야 대립이 ‘국정교과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정교과서’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역사를 후퇴시키는 비민주·반민주 조치로 국민들뿐만 아니라 우리 상임위와 야당 측에서도 많은 반대를 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 결과로 표출된 민의를 보더라도 많은 국민들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것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집필 과정도 비공개 된 채, ‘깜깜이 국정화’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작년, 교육부총리인 황우여 장관이 집필부터 발행까지 과정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한 약속과도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이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져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에 관해서도 누리과정 예산문제와 마찬가지로 정부와 여당이 종래의 입장만 고집하지 말고, 국민들과 소통하려는 전향적인 자세전환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야당의 본령은 정부와 여당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우리가 잘못된 점을 지적해도 끝내 바뀌지 않는다면 표 대결까지도 생각해 볼 것입니다.
- 현행 대학입시에서 학생부 전형이 점차 강조 되고 있습니다. 반면 수능은 절대평가로 점차 전환을 확대해 머지않아 수능 비중이 축소될 것이라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시죠.
그동안 상대평가 시스템 하에서 치러진 수능은 사교육 시장의 과열 원인이었습니다. 지난 6월 발생한 수능 모의 평가 유출 사건은 수능으로 인한 사교육 시장의 과열 현상이 얼마나 심각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기도 합니다. 과도한 점수경쟁과 줄세우기식 상대평가가 결국 공교육의 붕괴를 촉진시킨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수능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것은 공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한 중요한 출발점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매우 민감한 영역이기 때문이 이를 변경하는 일은 좀 더 신중하고 깊이 있게 다뤄져야 합니다. EBS연계를 통해 사교육을 줄이겠다고 나선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EBS교육 내용 중심의 사교육 심화’로 이어졌듯이, 제도의 변화는 또 다른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수능의 비중이 축소되고 학생부 전형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봅니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제도를 점검하고 보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학생부 전형의 확대를 통해서 아이들이 점수보다는 자신의 소질과 적성에 따라 대학을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교원의 성과급 차등 폭을 확대하는 것에 대해 현장의 다양한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해 주시죠.
교육의 질을 향상한다는 목적으로 교원 성과급제도가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원평가에 따라 성과급을 지급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일인가에 대한 지적이 계속되고 있고, 더욱이 현재는 핵심평가지표들의 형평성문제로 인하여, 학교 수업에 충실한 교사 보다는 오히려 정치교사가 더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잘 가르치는 교사가 더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성과 만능주의에 빠져 교원들을 평가한다면 이는 우리 공교육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이 아니라 오히려 붕괴를 촉진하는 촉매제가 될 수도 있습니다. 평가가 목적이 아닌, 교원의 사명감과 자긍심을 고취 시킬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성과급 차등 폭을 확대하는 것도 이와 같은 방향에서 고민되어져야 합니다. 따라서 잘 가르치는 교사가 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평가지표를 마련하고, 교원들이 교육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성과급 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교육을 살리려면 교원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우리 국민들이 교직 사회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을 것이고, 이는 곧 공교육의 정상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정부는 ‘대학구조개혁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대대적인 대학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의 환경도 많이 변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구조조정을 포함해 각종 고등교육정책의 문제점과 지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말해 주시죠.
학령인구의 감소를 고려하면 대학구조개혁은 불가피한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부에서 밀어붙이고 있는 대학구조개혁정책은 상당한 문제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도권 대학과 지방 대학을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취약한 지방 대학이 불이익을 받고 있고 동시에 지방 고등 교육의 공동화 현상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대학구조조정을 위한 평가 기준은 더욱 정교하고 복합적인 방식으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더욱이 지방의 교육문제를 접근할 때는 민주성·평등·배려 등의 가치도 중요하게 다루어야 합니다. 덧붙여, 대학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너무 이들의 자율에만 맡기면 구조조정 자체가 지지부진해질 수 있습니다.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되 합리적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합니다.
고등교육정책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대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동안 이 두 가치를 간과했기 때문에, 오늘날 우리 고등교육의 현실이 더욱 열악해 진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고등교육정책이 바로 서야 합니다. 대학의 자율성과 교육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고등교육정책이 논의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소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20대 국회에서 주력할 초·중·등교육정책에 대해 말해 주시죠.
제20대 국회에서는 교문위원장으로서 ‘공교육 살리기’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제가 교문위 위원장을 맡으면서 가장 큰 각오와 포부를 밝힌 것 중 하나가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초·중등교육에서부터 공교육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만,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동안 과도한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많은 정책들이 시행되어 왔지만, 대부분 미봉책에 불과했습니다. 단기적인 처방에만 급급하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에는 실패하고 만 것입니다.
사교육 시장의 과열 현상은 학생들의 교육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 국민들의 노후준비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힙니다. 사교육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국민의 삶의 질은 저하됩니다. 또한, 이 문제를 바로잡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의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는 길도 요원할 것입니다.
공교육의 정상화는 국민의 일차적 명령과도 같습니다. 교원승진제도와 교원평가제도의 개선을 시작으로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 나갈 것입니다. 교문위원장으로서 이를 현실화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3당 원내지도부간 협상을 통해 합의된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복수 법안소위가 교육법안심사소위원회(1소위)와 문화체육관광법안심사소위원회(2소위)로 분리됐다. 효율성과 기대에 대해 말해 주시죠.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피감기관이 120여개가 넘는데다, 소속의원이 29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상임위 자체가 워낙 비대하다 보니 심도 있는 법안 논의나 정책질의가 이뤄지기 어려웠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안 때문에 다른 분야의 현안 까지도 다루지 못한 적이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원구성 협상과정에서 교육과 문화관광을 분리하자고 의견을 제시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여당에서 받아들이지 않았고, 차선책으로 상임위 복수 법안소위 설치가 채택 되었습니다. 그나마 상임위 복수 법안소위가 도입된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한 개의 법안심사소위에서 모든 법안을 처리하다 보니 시간이 지체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상임위 복수 법안소위가 제대로 운영된다면 법안심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번 교문위의 법안소위를 교육과 문화체육관광이라는 기능별로 나누었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국회 교문위원장으로서 국민과 교육 관계자들에게 한마디 해 주시죠.
초중등 교육뿐만 아니라 고등교육에 이르기까지 사교육이 만연해 있습니다. 심지어 취업시장에 까지도 ‘스펙쌓기’라는 이름으로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과열되는 사교육은 우리 국민 전체의 삶을 더욱 피폐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사교육문제는 단순히 교육만의 문제로 볼 수는 없습니다. 공교육을 살리는 일은 민생경제와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병폐까지도 해결할 수 있는 일입니다.
교육은 미래의 사회과 국가를 이끌어 갈 인재를 기르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교육정책을 눈앞의 이익보다는 헌법정신에 따라 일관되게 추진해야 합니다. 교육현장이 바로서야 공교육이 살고, 우리 사회의 미래가 더욱 밝아질 것입니다. 제20대 국회의 교문위 위원장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국가의 백년대계를 여는 교문위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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